지난 3일 목요일 오전 10시 이미 장마가 예보된 탓인지 궂은 날씨만큼이나 제 176회 제 1차 정례회가 열리는 신안군의회 본회의장에 하나, 둘씩 입장하는 의원들의 면면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2년 동안 민의를 대신하고 신안군민을 위해서 군 의회를 이끌어갈 의장단 선거와 상임위원장 선거, 상임위원회위원 선임 등이 예정된 탓에 여느 때와는 사뭇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번 ‘원 구성’을 놓고 최근 공직자들은 ‘쉬 쉬’ 거리면서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지역정가 안팎에선 이러 쿵, 저러 쿵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훈수 두고 호사(好事)가들은 갑론을박 입씨름에 여념이 없었을 만큼 세인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핫 이슈였다.
그러나 그렇게 초미의 관심을 끌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나타난 의원들은 부적절한 말과 튀는 행동으로 시종일관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그 자리에서 맴돌고 헤매기만 한 ‘저질 의회’, ‘막나가는 의원’ 이기를 자초했다.
몇몇 의원들의 팽팽한 신경전에 이어 거칠고 험한 막말을 주고 받더니 급기야 고성과 고함이 오가는가 하면 집행부를 윽박지르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 측에선 회의를 강행하려 하고 다른 한 측에선 신상발언을 이유로 임시의장의 등단 저지 실력 행사 하기를 두 시간 남짓, 다들 지쳐가는 기색이 역력했고 어색한 침묵 속에 어떤 대안도 답도 없이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 위함인지 수시로 회의장을 들고 나는 이들의 모습에선 어떠한 진지함도 찾아볼 수 없었고 ‘버티기’와 ‘떼쓰기’만 그저 반복할 뿐이었다.
또 이날 ‘개의’를 하지 않았으니 회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의원들은 회의 진행을 요구하고 나서 기초의원으로서 최소한 배우고 익혀야 할 운영에 관한 절차나 회의 규칙도 모르는 식의 발언을 일삼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술 더 떠서 어떤 이는 “나는 초선이라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좀 가르쳐 주세요” “모양새가 안 좋아 회의를 느낀다”는 등의 푸념을 늘어놓고 또 다른 의원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의원이기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운운하는 등 저렴한 표현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렇게 의원들간의 설전이 비소모전으로 치닫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2시를 넘기자 한치의 양보도, 타협도 없던 이들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이에따라 의회는 회의 유회(流會)로 공전(空轉)상태에 접어들었고 7일 오전 10시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결국 지역민들을 위해 존재해야 할 10명의 의원들은 이날 사랑방에서 마을 현안 문제를 놓고 좌담회 하던 중 잡담하다가 측간 왔다, 갔다 하고 의견이 맞지 않으니 고함치고 밥 때 되자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니여’ 하면서 제각각 집으로 돌아간 꼴이다.
이날 방청하던 주민이 던진 ‘마을 회의도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고 혀를 끌끌 차던 말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군의원들은 군민들이 지역과 주민들의 뜻을 대변하고 손색없는 역할을 해내면서 의욕적인 의정 활동에 힘쓸 것과 귀와 눈을 활짝 열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것을 하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타 시·군 의회 등에서도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노출하고 폐단을 안고 있는 교황식 선출방식을 폐지하고 투명하게 후보등록절차를 밟아 정견 발표토록 하는 등 차별성을 꾀해 선진 의회로 거듭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안군의회도 의원 간 담합과 이합집산 등에 따른 불협화음을 종식시키고 선거 후유증을 일소시키기 위해서 모든 후보자가 의회 운영 관련 공약을 제시하고 지역의 현안에 대해 각계각층의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현 제도를 보완하고 민주주의 시금석이 되는 지름길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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