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에서 한국령으로 일주일만에 되돌려 놓았다. 우리는 크게 환영한다. 하지만 독도를 국제사회에서 ‘분쟁지역’이 아닌 ‘대한민국 영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미국은 여전히 독도를 ‘리앙쿠르 록스’라는 중립적 표현으로 기술하고 있다. 미국이 독도를 표기할 때 쓰는 리앙쿠르 록스는 1949년 프랑스 포경선 리앙쿠르의 선원들이 독도를 처음 ‘발견’했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독도는 훨씬 전부터 한민족의 영토로 존재해 왔다. 프랑스 사람이 발견했다는 당시에도 독도는 조선의 영토였다. BGN이 독도 소유권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려면 한국의 역사부터 공부해야 한다. 역사에 그 나라의 행정 구역과 지명이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신라 지증왕이 서기 512년 독도를 자국 영토로 병합한 이래 고려와 조선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1500여 년간 독도는 변함없이 한민족의 땅이었다. BGN은 이제라도 담당자들을 한국에 보내 독도가 왜 한국 영토이며, 한국인이 어떻게 지켜왔나를 파악해야 한다.
일본의 문헌에서도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침략을 위해 만든 ‘팔도총도’와 17세기 말 이후 일본의 관찬 및 준관찬 고지도(울릉도와 독도를 그린 것), 일본의 실학자인 하야시 시헤이가 제작한 ‘삼국통람도설’의 부속지도인 ‘삼국접양지도’ 등에서 울릉도와 독도를 정확한 위치에 그려 놓고 각각 ‘다케시마(죽도)’와 ‘미쓰시마(송도)’로 표기해 조선 영토임을 뚜렷하게 표시해 놓았다.
1977년부터 리앙쿠르 록스로 표시해 온 BGN이 지난주 ‘한국에 속해 있다’는 설명을 느닷없이 ‘주권 미지정’으로 변경한 배경이 수상하다.
최근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일본의 입김이 작용됐다고 여겨진다. BGN은 리앙쿠르 록스의 별칭 순서도 바꿔 독도를 일본이 주장하는 다케시마 뒤에 배치해다. 이는 일본 편을 든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독도는 다시 일주일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것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30일 독도문제를 논쟁 이전 상태로 원상회복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동맹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이번 사태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독도 대응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다. 일본이 독도 도발을 하면 온 나라가 감정적으로 와글거리면서 국제사회에 분쟁지역이라는 인상만 주고, 그때만 지나면 조용해진다. 이렇게 매번 손해만 봐 왔다.
아무리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영토다. 그러므로 일본은 더이상 독도 문제를 통치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일본의 독도침탈 저의가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대응전략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일본에 대응하는 치밀한 외교적 전략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독도에 대한 실효적 점유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부부 한쌍이 가정을 이루고 있는데, 독도에 가서 살고 싶어 하는 울릉도 주민이 많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국제사회는 경찰과 군대가 지키다고 해서 실효적 점유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드시 우리의 독도 영유권에 대한 홍보활동을 해야 한다. 일본은 제국주의적 영토관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2차 대전 종전 후 연합군은 일본의 집요한 요구에 밀려 역사적 뿌리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아이누모시리(홋카이도)와 유구국(오키나와)을 일본 영토에 귀속시키는 오류를 범했다.
미국 정부는 즉각 리앙쿠르 록스를 한국의 고유의 ‘독도’로 원명회복해야 한다. 정부는 반드시 금주 서울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해 W 부시 대통령의 확답을 받아 내야 한다.
당국은 하루 속히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사실이 재명기되고, 독도라는 본명으로 세계인들이 부를 수 있도록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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