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백중(百中)은 과일과 채소가 많이 나와 100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은 데서 유래된 24절기의 하나로 불교에서는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도 한다. 이에 불가에서는 이 날을 대단히 중요시 여기며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재(齋)를 베푼다.
이에 우란분은 ‘거꾸로 매달린 영혼을 구제한다’는 뜻을 가진 말로 거꾸로 매달린 영혼이란 ‘살아생전에 전도된 몽상으로 여러 가지 죄업을 지어, 명부의 극심한 고통 속에 매달려 죄값을 치르고 있는 영혼’, 즉 ‘해탈하지 못한 중생’을 가리킨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백중이 되면 조상이나 인연 있는 고혼 가운데 ‘전도된 영혼’으로 고통받고 있을지도 모르는 분을 위해 천도재를 베푸는 것이다.
또한 수행납자들이 석달 안거를 지내는 동안 지혜와 복덕를 증장시키는 치열한 구도를 행하고 산문 밖을 나서는 해제날이다. 이러한 수행자들이 백중(百衆)-수많은 대중-에 포함되는 말이다. 다른말로 수행한 여러 참선납자를 가리켜 ‘백중’이라 하며 이들에게 ‘갖가지 공양’을 베푸는 것이 재이다.
이 인연공덕을 조상에게 회향해 극락왕생을 발원하기 때문에 우란분절을 백중 혹은 백종이라 한다.
한편, 예로부터 농가에서는 이맘때 쯤이면 논밭에는 곡식이 무성히 자라고 바쁜 농사철이 지나 잠시 쉴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며, 백중이 지나면 또 추석이 다가오고 결실을 맞이하기 직전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 마을마다 대갓집에서는 일꾼들을 하루 쉬게 하면서 온갖 맛있는 음식을 이들에게 베풀며 그동안 노고를 위로하고 다가올 추수를 당부하는 날이었다. 이날만큼은 마음껏 놀고 즐길 수 있도록 술과 음식을 베풀어 힘든 농사일의 마음을 풀어 주면서 마을 전체의 화합과 상생의 장을 마련했다.
그런데, 지금 온 국토가 폭염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물을 잘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격언이 있건만 아랫지방은 가뭄에 휩싸이고 있다. 예로부터 전해오던 미풍양속의 백중을 맞이할 여유는 조금도 없다.
물을 잘 다스리고 이반된 민심을 추스를 생각은커녕 불신만을 조장하는 행태를 일삼고 있는 정치를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에 이번 백중은 ‘거꾸로 매달린 생각을 갖고 사는 정치인들’에게 오히려 베풀어야 할 천도재가 있어야 할 처지이다. 그래서 그들이 전도망상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이끌어 주는 것이 국민들이 떠맡아야 할 또 다른 임무가 아닐까 한다.
더불어 다가오는 이번 백중의 의미를 더 확대시켜 이들에게 의식주를 베풀어 마음을 나누고 노동도 함께 나눠주는 ‘진정한 베풂’이 되는 우란분절이 돼야 할 것이다.
특히 전도망상된 위정자들에게 제대로 재를 베풀어서 올바른 정신으로 이 나라를 경영하고 서민대중을 위한 복지국가 만들기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도 ‘거꾸로 매달린 생각들을 멀리 여의고(遠離顚倒夢想)’란 말(言)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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