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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좀 바꿔 주세요” |
2007년01월29일(Mon) |
‘별난 이름’ 개명 신청 봇물…지난해 4천건 ‘훌쩍’
‘촌스럽다’·‘부정적 이미지 준다’ 등 이유 |
회사원 이광기씨(35·광주 동구 산수동)는 요즘 출·퇴근길 발걸음이 여느 때보다 가볍다.
한자이름인 ‘광기(光起)’를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를 뜻하는 ‘광기(狂氣)’로 발음하는 친구들 때문에 어릴 적부터 겪어온 숱한 놀림을 더 이상 당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광기부린다’, ‘광기가 넘친다’는 말이 듣기 싫어 맘먹고 지난해 법원에 개명(改名)을 신청, 어렵사리 허가 결정을 받았다.
그는 “올 3월 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래 저래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딸 부잣집에 막내딸로 태어난 ‘죄(?)’로 ‘칠남(七男)’이란 이름을 얻은 박칠남씨(65·여·전남)도 “별난 이름 때문에 창피하고 괴롭다”고 법원에 개명 신청서를 제출해 지금은 그럴싸한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2005년 11월 대법원이 개명을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뒤 법원에 ‘이름을 바꿔 달라’며 개명 신청을 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한해에만 광주지법에 4천354건이 접수됐다. 근무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6~20건이다. 2005년 2천909건에 비하면 49.6%나 증가한 수치다.
주로 점례, 점순, 맹순, 말녀, 개동과 같이 ‘이름이 촌스럽다’거나 성기, 광기, 정자 등 ‘발음식 부정적 이미지를 준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영자, 순자, 춘자 등 ‘일본식 이름이어서 싫다’는 이유도 적잖았다. 또 남자인데 여자같은 이름, 그 반대의 경우도 개명 신청의 단골 이유들이다. 그러나 범죄 전과를 숨기기 위해 개명하거나 부동산 투기를 위해 무연고 토지의 부재지주와 같은 이름으로 바꾸는 경우, 단순히 작명소에서 좋다 해서 바꾸려는 경우도 급증하면서 개명 허가율은 되레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지법 가정지원 관계자는 “개명 허가율은 2004년 83.8%, 2005년 77.4%, 지난해 73.6%로 계속 줄고 있다”며 “우스꽝스럽거나 낯뜨거운 이름으로 사회 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 단지 사주에 나쁘다거나 딱딱하다는 이유 등으로 개명신청을 할 경우 ‘불허’ 결정을 받기 십상”이라고 조언했다.[강흥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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