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전일대비 27원 오른 1116원으로 마감된 1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외환딜링 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004년 11월이후 3년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뉴시스>
국내 주식과 채권, 원화 가치가 일제히 동반 급락하며 ‘블랙먼데이’를 연출했다.
1일 주식시장은 6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며 1400선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달러-원 환율은 하룻새 30원 이상 폭등하면서 장중 한때 1120원선을 돌파했고, 채권금리도 급등했다.
총체적인 정책 난맥상에 빠진 정부와 여당은 9월 금융위기설을 기우로 치부하면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심리가 패닉상태에 빠지면서 금융시장엔 이미 위기가 도래했다. 실제로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25%, 원화가치는 20%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주식시장은 국내외 악재에다 수급마저 꼬이며 전날보다 59.81포인트(4.06%) 급락한 1414.43으로 마감하며, 작년 3월 이후 1년5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날 하락폭은 지난 1월28일 65.22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의 급락과 대형 허리케인의 북상에 따른 국제유가의 급등 우려 속에 국내 경제환경 악화와 함께 `9월 금융위기설`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원화 가치도 큰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27원 오른 1116원에 장을 마쳤다. 2004년 11월3일 1116.2원 이후 3년 10개월만에 최고치다. 지난 주말 대비 3원 오른 1092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장중 한때 30원 이상 급등하며 1120원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외환당국이 장막판 구두개입과 함께 실제로 매도개입에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으로 달러 매도세는 자취를 감췄다.
7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쌍둥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달 무역수지가 3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올해 누적 적자규모가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마저 전해지면서 달러 매수심리를 더욱 자극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연일 팔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채권시장 역시 패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환율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환율 급등에 자극받은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5000계약 이상 순매도한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채권 장외시장에서 국고3년 8-3호는 전일대비 11bp 상승한 5.89%에 호가됐다. 국고 5년 8-1호도 12bp 오른 5.98%에 거래됐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 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은 전일보다 1bp씩 상승한 5.77%와 5.86%를 기록했다.
정부당국은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9월 금융위기설 진화에 애쓰면서 철저한 상황점검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외채 증가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기업·개인의 대외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면서 “외채 증가에 따른 위험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간부회의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조기경보시스템 및 시나리오별 대응전략 정교화, 저축은행 등 취약한 부분에 대한 정밀대응을 주문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금융회사들의 중장기 외화유동성 차입에 애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단기자본의 차환 연장에는 문제가 없어 과거와 같은 위기 가능성은 없다”며 “그러나 잠재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철저히 점검해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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