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시신이 한강에서 발견되었다. 실종된 50일만이다. 버려진 차안에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이 거듭 적힌 유서가 있었다. 40년간 군생활로 받은 퇴직금과 주위에서 빌린 빚 등 3억5천만원을 날리고 자살을 한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40년간의 군생활을 하였고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를 누볐던 퇴역군인이다. 그가 사기를 당하고 차가운 한강물속으로 자신의 몸을 내던졌을 때를 생각하면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슬픔이 가득 찬다.
아무도 그가 당한 고통을 알아주지 않는 초라한 죽음이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지켜온 조국은 단군 이래 최대사기사건에 자신을 휘말리게 방치하였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순박한 사람들을 파탄으로 내몰고 마침내 자살에 이르게 하고 있다.
퇴역군인의 죽음을 바라보며 불현듯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떠오른다. 1987년 6월 9일. ‘고문살인 은폐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 도중 전투경찰의 직격 최루탄을 뒷머리에 맞고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 응급실에 옮겨진 후 그는 의식을 잃었고 7월 5일 그는 사망하였다. 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분명 군사독재 정권에 의한 물리적인 타살이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6월 항쟁’이라 불릴 민주화 함성으로 승화하였다.
올해 2007년은 두 젊은이 박종철, 이한열의 20주기가 되는 해이다. 민주화라는 형이상학에 국민들은 열광하였지만 하루 하루의 삶은 더욱 더 피곤하기만 하다. 아무리 개혁을 외쳐도 집권층의 부패는 여전하고 지능적이다.
작년 초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국정원에서 제기하였다. 국정원은 문건을 통해 주 회장이 2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100억여원의 로비자금을 검·경·정치권에 뿌렸다고 주장했었다. 또한 사회지도층 인사 가족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일반 회원과 수당기간의 차등 등 특혜를 베풀어 방패막이로 활용하였다. 주요 대상자는 청와대 비서관과 정·관·언론계 등 각계 지도층의 가족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가·차명을 이용, 신분을 위장하고 동원 가능한 자금을 끌어 모아 올인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 후 청와대 사정비서관의 가족들이 연루되었으나 무죄로 판명되었다. 쉽게 납득할 수 없다.
권력층은 수억의 보상을 받았지만 제이유 다단계 업체에 속아 재산을 날리고 자살을 한 사람이 4명이나 된다. 퇴역 군인, 은퇴한 교직자, 50대 이상 여성 등 1억원 이상 피해를 입은 사람이 1만명이 넘어간다고 한다.
수년간 제이유그룹의 사기가 극성을 떨고 있었지만 그들을 재빨리 수사하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한 참여정권의 책임은 막중하기만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없다.
또한 3.1절 날 참여정부의 실세인 이해찬 총리는 부산 골프모임을 가졌다. “부산상공인들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모임이었다”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그러나 ‘바다이야기’라는 도박에 사용되는 문화상품권 업자들이었다.
“정치는 제발 더 이상 국민에게 눈물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최루탄에 의한 것이든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는 눈물이든 간에 이제 ‘눈물과 한(恨)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이한열 열사의 영결식 다음 날인 7월 10일 동아일보 사설의 일부이다.
20년이 흐르고 민주정부가 되어도 우리가 바라던 양심과 상식이 지배하는 살기 좋은 사회는 아니었다. 민생개혁을 외치지만 제이유다단계 사기와 ‘바다 이야기’라는 사기도박이 판을 치는 사회이다. 서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하고 있다.
우리의 희망대로 한국 사회는 ‘눈물과 한의 시대’를 끝냈는가? 아니다. 한강에 투신자살한 퇴역군인은 참여정부가 가한 형이상학적 타살이 분명하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 우리는 그 가해자를 꼭 찾아내야 한다. 민주화의 완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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