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10년간 주택 500만 채를 짓는 것을 골자로 한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의 그린벨트 100㎢를 추가로 풀고, 서민용 주택에 대해선 용적률을 200%까지 높이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무차별적인 주택 물량 공세가 아닐 수 없다.
지방에선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처치 곤란일 지경이다. 우리는 그동안 공급 확대를 통한 주택가격 안정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집값이 다락같이 오를 때의 얘기다. 집값이 이미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대규모 신규 물량을 퍼부으라는 뜻은 아닌 것이다. 지금은 집값 하락을 가속화시키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대규모 주택 공급 확대로 인한 집값 하락이 몰고 올 금융위기의 가능성이다. 무차별적인 공급 확대로 부동산시장이 곤두박질할 경우 지나치게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하면서 한계에 몰린 금융회사들이 줄 도산할 우려가 크다. 자칫하면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를 자초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미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에서 촉발된 세계적인 금융 불안에 우리 경제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29조원에 이른다. 2002년 말 132조원에서 97조원이나 늘었다. 그 대부분이 시중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함께 오르는 변동금리 대출이다.
지난 7월 말 가계대출 금리는 평균 7.49%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올 한 해 가계가 물어야 하는 이자는 작년보다 6조2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여기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005년과 2006년 두 해 동안 47조원이나 늘어난 것도 문제다. 대출을 받고 처음 3년간은 이자만 물다 이제부터 원금도 함께 갚아나가야 하는 대출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경기침체로 소득은 제자리걸음이어서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가 속출할 수도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25만가구에 이르고, 여기에 수십조원의 돈이 묶여 있는 것도 큰 불안요인이다. 미분양 아파트에 묶인 돈은 대부분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다. 미분양 문제가 풀리지 않고 건설업계 부도사태가 확산되면 그 파편이 금융산업으로 튈 수밖에 없다.
정부도 그런 사태를 막는다고 그동안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 먹히지 않았다. 찔끔찔끔 규제를 푸는 바람에 추가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만 높여 오히려 부동산 거래를 더 얼어붙게 하는 역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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