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LPGA가 세계의 여론과 선수들의 강한 반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영어사용의무화’ 계획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가 철회한 헤프닝이 있었다. 당시 우리의 시각으로는 요즈음 한창 성적을 올리고 있는 한국선수들을 겨냥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스켄런 대변인은 협회가 요구하는 영어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선수들은 요구수준이 달성될 때까지 투어에 참가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고 까지 언급하여 그 여파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지경에 까지 이르렀었다. 결국 최종결정 일보직전에 철회하였으나 여전히 우리나라 엘리트선수들의 외국어 능력 부재의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우리나라 교육부도 중학교부터 영어를 배우면 너무 늦다고 하여 초등학교 4학년부터 영어를 배우게 하는 조치를 취하더니, 얼마 전에는 앞으로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게 하는 방안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편승해 많은 학부모들은 특목고와 자사고, 국제중을 미리 대비한다거나 해외체험을 통한 국제 감각을 조기에 익히기 위해 조기유학을 선택하고 있다.
또한 미 국토안보부 이민·세관국 산하 ‘유학생·교환학생 정보시스템(SEVIS)’의 발표에 의하면 학생·교환방문 비자로 2007년 말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학생은 10만3천394명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14%를 차지했다. 이는 2006년 말의 9만3천728명에 비해 11.03%(9천666명) 늘어난 것이다. 국가별로는 중국(7만2천190명), 일본(4만1천853명), 대만(3만2천897명), 캐나다(3만1천866명), 멕시코(1만4천922명), 터키(1만2천632명) 순이었다.
인구가 많거나 경제수준이 높은 나라도 한국만큼 미국에 많은 유학생을 보낸 나라는 없는 셈인 것이다. 그러나 영어에 대한 열의가 비교적 대단한 반면 아직까지도 엘리트선수들은 몸으로만 체육을 해야 하는 사고방식과 그렇게 교육하는 우리나라 교육체계의 현주소를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필자도 과거 엘리트 선수로서 학업보다는 운동에만 집중하였다가 돌이켜 막상 후배양성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대하면서 느낀바 크다. 또한 엘리트 선수나 출신들은 비교적 학력이 떨어진다는 편견 없지 않아 타파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2007년 88서울올림픽기념 국제스포츠과학 학술대회에 포스터발표 차 참가한 바 있는 Bob Rider 교수는 ‘The world is our class room’이라는 제목으로 글로벌스포츠를 강조 발표하였다. 한마디로 모든 인류는 스포츠로 하나 되어야 한다는 요지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였다. 하지만 국제학술세미나가 통상 그렇듯 모든 발표와 질의는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외국어가 불가능한 참가자들은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 불편성으로 인하여 정보에 뒤쳐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추후 대외 경기력과 외교력에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PGA(미국프로골프협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최경주 프로도 AP와 인터뷰에서 “영어를 잘 하면 선수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2000년 PGA 투어 신인 시절을 회상하며 “그 때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LPGA에서 요구하는 바도 그다지 무리는 아닌 듯 싶다. “선수들이 영어에 유창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뷰나 프로암에서 ‘효과적으로(effective)’로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고 이는 경기를 효과적으로 진행함과 동시에 언어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선수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음을 우려한 조치인 듯 하다.
우리는 꼭 이번의 LPGA에서 요구하는 영어수준에 관한 문제제기 때문만은 아니라 할지라도 체육인들은 필수적으로 외국어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더구나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유창하지 못하다 할지라도 기본적이며 간단한 영어정도는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영어는 세계 공통어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시대의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프로선수들은 바쁜 일정의 투어를 위해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는 동안 기내에서 학교에 제출할 리포트를 작성하는 예도 드물지 않다.
또한 어느 종목의 프로선수이건 외국의 팀에 입단하면 우선 언어를 익히기에 혈안이다.
아무리 세계적인 프로선수라 하여도 언어소통이 되지 않으면 경기력에 막대한 지장이 온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여 공부하는 엘리트선수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선진 교육정책은 후진양성을 위한 가장 견고한 밑거름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 할지라도 지난번 LPGA에서 언급했던 외국어 능력에 대한 요구는 언젠가 또 다시 찾아올 것이며 우리는 이를 적극 대비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국제경기에서 언어장벽을 통한 어떤 오해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근간의 일례로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노르웨이와의 핸드볼 4강전을 들 수 있다. 당시 상대팀에 골을 선언한 레퍼리의 오심성 판정의 부당함을 설득력 있게 조목조목 언어로 설명하기 보다는 손 발짓으로 노골(No goal)이라고 어필하는 제스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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