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펀드를 팔면서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이른바 ‘불완전 판매’에 대해 손실액의 절반을 배상해야 한다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금감원이 펀드 관련 분쟁에서 판매사 측에 50%의 배상 책임을 지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인 지난해와 올 상반기 투자자들 사이에 펀드 열풍이 불어닥쳤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여러 개의 펀드 계좌를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펀드에 들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은행들이 판매 수수료 수입을 노리고 판매 경쟁에 뛰어들면서 펀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펀드에 들게 하는 ‘묻지마 투자’를 부추겼다. 은행들은 예금 손님을 꼬드겨 펀드로 바꿔 들게 하는가 하면, 돈을 빌리러 온 사람에게는 대출 조건으로 펀드 가입을 강요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2006년 말 1239만개였던 펀드 계좌는 지난 6월 말 2511만개로 늘었다. 이 중 80%를 은행이, 20%를 증권·보험사가 팔았다. 은행들은 펀드판매 실적을 인사와 상여금에 반영했다. 그 바람에 지점장부터 창구 직원까지 예금하러 온 고객을 붙들고 펀드의 장점만 부풀려 가면서 예금하지 말고 펀드에 들라는 판촉 활동을 벌였다. 만기가 돌아온 예금 고객들에겐 집으로까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펀드로 갈아타라고 끈질기게 권유했다.
이번 금감원 결정을 계기로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분쟁조정 신청이나 법원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은 펀드 관련 분쟁으로 큰 홍역을 치르겠지만 이번 금감원 결정은 펀드 판매에서도 투자자 보호 원칙이 확고히 자리잡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판매사들은 펀드 판매 이외에는 아무런 서비스도 하지 않으면서 수수료 따먹기에 맛들인 후진적 은행 영업 관행에 반드시 쐐기를 박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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