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의 ‘의학 바람’이 스크린으로 이어지고 있다.
1941년 경성의 초기 서양식 병원을 배경으로 한 ‘기담’(감독 정가형제·제작 도로시)이 최근 캐스팅을 확정, 10일께 촬영을 시작한다. MBC TV 드라마 ‘하얀거탑’(연출 안판석)의 김명민이 주연하는 ‘천개의 혀’(사진·감독 이규만)도 개봉을 준비 중이다.
이미 TV와 케이블위성 채널에서는 메디컬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하얀거탑’과 SBS ‘외과의사 봉달희’가 방송 중이다. 미국 ABC의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2’는 KBS 2TV와 케이블위성채널 CGV에서 볼 수 있다. ‘하얀거탑’의 원작인 일본 후지TV의 ‘하얀거탑’도 OCN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또 3월 방송을 목표로 ‘종합병원2’도 제작에 들어간다.
이들 TV와 스크린의 의학 극은 멜로를 덜고, 다양한 내용을 삽입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천편일륜적인 ‘사랑 놀음’에 물린 시청자와 관객에게 청량제 구실을 하고 있다. 병원의 내부 실태, 권력을 둘러싼 의사들의 암투가 스릴있게 전개 되는 등 이야기가 폭넓다. 세트 수술 장면 등 전문성을 가미한 다양한 볼거리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안판석 프로듀서는 “처음 원작을 각색할 때는 멜로를 보강해야겠다는 유혹에 빠졌다. 바꾸다 보니 오히려 원작에 충실하게 됐다”며 “‘의학드라마는 곧 연애드라마’라는 기우를 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여기에 “화면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재연했다”며 ‘리얼리티’를 무기로 내세웠다.
영화 ‘기담’은 사랑 얘기에 미스터리를 입혔다. ‘안생병원’에 도쿄 유학파 의사부부가 새롭게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섬뜩하고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다. 얼어붙은 채 시체 안치실로 옮겨진 자살한 여고생 시신을 맡게 된 실습생 진혁(진구), 교통사고로 피투성이가 돼 응급실로 실려온 소녀 담당의 수인(이동규), 새로 부임한 김동원(김태우)·김인영(김보경) 부부가 실타래처럼 얽힌다.
‘천개의 혀’는 ‘수술 중 각성’이라는 이색 소재를 담았다. 수술 중간에 마취가 잘못돼 깨는 현상이다. 정신이 드는 바람에 고통을 느끼지만 몸은 전혀 움직이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1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고 있으나 의학적으로 정확한 원인이 판명되지 않은 생소한 현상이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도 의사들의 우정, 의사와 간호사간 사랑, 젊은 의사들의 사명감 등에서 확장된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 구조를 택하고 있다. 드라마에서처럼 높은 사랑을 끌어 낼 수 있을 지는 올 하반기, 개봉 후에나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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