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와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저승사자의 구조조정 전담기구의 부활은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그만큼 시장에서 부실기업의 자연스러운 퇴출을 기다리기엔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은 경제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돼 왔다. 미분양 아파트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라는 썩은 사과를 하루빨리 도려내지 않으면, 모두가 함께 썩어 버리는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을 살리고, 누구를 도산시킬지 가리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구조조정은 또 실업을 늘리고, 해고는 곧 가계의 소득 상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우리 삶에 주가나 집값 하락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던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구조조정은 분명한 원칙이 생명이다.
건설업체 부실은 그동안 우리 경제를 옥죄는 핵심적인 취약요인으로 꼽혀 왔다. 건설업체들이 수요를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짓다 보니 정부 공식 집계로만 16만가구 이상의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다. 이 바람에 100대 건설업체 중에도 살아남을 기업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따위의 괴소문이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저축은행 부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경기 전망, 부채비율, 채무 상환능력 등을 따져 살릴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물론 그 기준은 너무 느슨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지나치게 가혹해서도 안 된다. 기준이 느슨하면 구조조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고, 너무 가혹하면 괜찮은 기업까지 도태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죽이기가 아니라 살릴 수 있는 기업은 먼저 살려 놓자는 취지다. 따라서 살릴 기업으로 판단되면 대출금 만기 연장은 물론 과감하게 신규 여신까지 대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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