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숨을 죽이고 있다. 당 소속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문건이 공개된 이후 최고위원 7명 전원이 참석하는 첫 회의가 열렸으나 이 의원 문제는 언급조차 없었다고 한다. 배석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각 부문별 위원장 등 당 지도부도 입을 다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개인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자 두 사람을 싸잡아 성토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살아 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의 차이인가. 사실 ‘상왕’이란 별명이 따라다니는 이 의원의 권력은 정점에 있다. 외견상 2선에 머물고 있는 이 의원이지만 그에게 맞선 이들은 온전하지 못했다.
지난 6월 이 의원의 권력 사유화를 비판했다가 ‘대선 공신’에서 하루 아침에 변방으로 내몰린 한 의원이 좋은 예다. 대통령인 동생이 결정적 순간에 형의 손을 들어주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문건에 등장하는 이들까지 지레 공식 보고서는 아닐 것이라며 이 의원을 감싸고 도는 것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기껏 김영선 국회 정무위원장이 “(문건에) 분노를 느낀다.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꼬리를 문 질문에 의례적으로 내놓은 답에 불과하다. 이런 분위기라면 침묵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하는 양을 보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연상시킬 정도다.
그 문건이 만사형통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위세를 떨치는 이 의원의 손으로 들어간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러잖아도 한나라당 내에선 몇몇 인사들이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등 핵심 법안에 반대하다가 돌연 꼬리를 내리는 일이 잦아 배후를 의심받아온 터다.
이 의원 측은 “점심 식사를 하다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문건”이라고 해명했다. 이른바 ‘찌라시(정보지)’라는 주장인 모양이나 본회의장에서, 그것도 보란 듯이 문건을 읽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회를 정보지 정치쯤으로 격하시키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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