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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난상휼의 자세로 경제위기를 극복하자 |
2008년12월17일(Wed) |
| 김용하<논설위원·광주고등학교장·수필가> |
마지막 달랑 한장 남은 달력에서 가는 세월이 한탄스럽다. 세월이 쏘아 놓은 화살같다는 것을 요즈음 더 실감하고 있다. 곧 머지않아 매서운 한파도 몰아치리라.
연말이면 언제나 거리가 흥청거리고, 찬란한 네온불이 더욱 화려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는 모두가 그리 흥이 없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어쩐지 얼어붙은 듯한 모습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첫 뉴스가 세계의 경제위축과 감원사례 보도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2009년 경제전망’을 내놓고, 내년 국내총생산(GDP)은 올해보다 2.0%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1년 만에 최저이며, 일자리도 올해 14만개에서 4만개로 급감할 것으로 보여 6년 만에 최악의 구직난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올해 4분기 GDP 성장률도 3분기보다 1.6% 하락해, 2003년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성장률은 3.7%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수출 증가율은 올해 14.7%에서 내년 -6.1%로 떨어져 2001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수출이 하락할 것이라고 한다.
수출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변변한 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수입한 원자재에다가 부가가치를 더하는 가공 수출을 통해 우리의 부를 축적해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걸어 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1960년대 불과 3천달러 정도에서 1964년 1억달러를 돌파했을 때 온 국가적 경사였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수출은 국력이라고 선언하고 1억달러를 돌파한 11월 30일을 ‘수출의 날’로 제정했고, 1971년에는 10억달러를 기록했다.
1995년 1천억 달러, 2004년에는 2천억 달러를 넘었다. 이어서 2006년에 수출 3천억 달러 시대를 맞았다. 이 기간 한국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20.9%로 중국(15.3%) 일본(11.6%) 프랑스(10.0%) 미국(9.0%)을 압도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4천억 달러를 넘었다. 1964년 1억 달러를 돌파한 이래 44년 만에 4천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가 없는 대단한 성과이다. 그 바탕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며 피땀을 흘려 온 노동자들과 우수 인력들의 연구와 노력이 어울어진 결합체임을 부인할 수 없다.
경제가 성장해가는 만큼 국민들의 의식도 향상되어 민주화를 이룩해가면서 인권의식이 함양되고, 많은 정치 사회적 변화가 수반되어 삶의 질을 높이려는 복지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그 반면에는 금전만능적 퇴폐의식과 지나친 경쟁과 갈등,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공동체의식 붕괴 등의 부작용도 컸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온 세계의 위기이다. 선진국의 내노라하는 거대기업들이 도산을 하고, 직원들을 대거 감원하고 있는 심각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다. 더구나 우리같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로서는 그 영향을 바로 받고 있어, 미래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제일
큰 문제는 당장의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저소득층과 청년들이다.
청년의 실업은 그 실업이 영구화되어 일생을 두고, 취업하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로 연결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사회불안이 야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낙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국가적인 위기를 한마음으로 지혜를 모아 극복한 숱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켜야 한다. 너무나 방만한 삶의 자세를 추스르고, 이완 된 사회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
정신이 살지 않고는 물질은 허황된 하나의 거품이다. 다행히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제조업 근로자 의식’ 조사에서 78%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밝혔다고 한다. 4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40%만이 애사심을 가졌던 데 비해 현저하게 늘어난 수치다. 근로에 대한 가치관도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물음에 4년 전의 34%에서 77%로 높아 졌다고 한다.
이는 최근의 경제위기와 실업 공포가 근로자의 의식을 바꾸고, 힘을 결집하면 살아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의 표출이라고 보여진다.
우리민족은 어려울 때 상부상조하고 환난상휼하는 민족이다. 일제시대의 국채보상운동이나 IMF당시 금 모으기 운동은 단적인 예이다. 이제 우리는 불굴의 정신으로 다시 일어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사회에 팽배한 극단적 이기주의와 갈등, 무절제한 방종적 삶을 버려야 한다. 정치인, 공무원, 사용자와 근로자, 가진자와 못가진자가 각기 자기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냉철하게 생각하고, 실천해 갈 때 우리의 앞날은 밝을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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