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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지법, 판결문 쉽게쓰기 ‘붐’ |
2008년12월17일(Wed) |
| ‘처한다’를 ‘정한다’로…일본식 어투·위압감 이유 |
“피고인에 대한 형을 금고 6월로 정한다”
광주지법 형사단독 A판사의 판결문에서는 흔히 쓰이는 ‘처(處)한다’라는 용어를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을 징역 ○월에 처한다’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국어학자들의 오랜 지적도 지적이지만, 일본식 어투인데다 위압감마저 든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권한인 형 집행의 뉘앙스를 풍길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
A판사는 대신 같은 외마디 한자말인 ‘정(定)한다’를 애용한다. 어감상 부드럽고, 집행보다는 선고의 의미가 짙기 때문이다.
광주고법 배석판사인 B판사는 매달 한차례씩 독서 토론회를 갖고, 딱딱하고 난해한 판결문을 우리말로 풀어쓰는데 애를 쓰고 있다.
‘경과하다’를 ‘지나다’로, ‘환부한다’는 ‘돌려준다’로, ‘본지’를 ‘본래의 뜻’으로 고쳐쓰기 시작한 것도 9개월전 토론회에 참여하면서부터다.
B판사는 “간결한 판결문은 형사공판주의와 민사 구술심리와도 맥을 같이 한다”며 “문장체보다는 구어체가 이해하기 쉽듯 쉬운 판결문은 결국 국민들의 이해력을 높이는데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그동안 ‘사위(거짓)’, ‘판단 유탈(판단 누락)’, ‘기왕증(과거의 병력)’, ‘해태(제때 하지않음)’, ‘완제일(다 갚는 날)’, ‘개전의 정(잘못을 뉘우침)’ 등이 판결이나 행정 처리과정에서 개선돼야할 한자어나 일본식 용어로 지적돼 왔다.
광주지법 최인규 판사는 “현 사법제도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다 보니 알게 모르게 일본식 표현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최근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불고있는 판결문 간이화는 법률 서비스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고압적 표현에 대한 손질 여론도 높다. 광주지법 직원 C씨는 최근 광주 모 소방서로부터 한통의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 재판 관련 문서를 법원에 제출할 것을 요청하는 문서제출 명령서에 대해 “높은 기관이어서 명령조로 요청하는 것이냐. 보다 정중하게 요청하면 안되느냐”는 취지였다.
법원 관계자는 “금융기관이나 국세청 등에 보내는 사실조회확인서와 달리 문서제출 명령서는 일종의 결정문이어서 판결문의 주문처럼 지시체로 쓸 수 밖에 없지만, 받는 쪽 입장에선 불쾌할 수도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강흥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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