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284조5천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미 예산안 처리 시한을 훌쩍 넘겼지만 그나마 더 늦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내년 예산안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시예산이다. 예산안 의결이 늦어질수록 집행도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은 이미 벌어졌는데 전쟁 수행을 위한 재원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 전쟁은 질 수밖에 없다. 예산안 처리 시기가 중요했던 이유다.
이제는 예산 집행을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내년 지출 예산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분야는 일자리 창출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재원이다. 이 두 분야가 경제위기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각종 경기 관련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국회에서 예산안과 부수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은 탓도 크다. 그러나 이제는 책임을 미룰 곳이 없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긴급 확대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예산의 조기 집행을 지시한 것이나 경제 관련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를 앞당겨 18일부터 받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재정의 60%, 특히 금융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 관련 사업은 70%까지 집행하기로 했다.
예산 집행과 관련한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나열식보다는 선택과 집중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재정을 집행하더라도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점까지 감안해 조기 집행의 시간표를 짜야 한다.
한국은행 전망대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2%에 머물 경우 내수 침체와 고용사정 악화로 최악의 경기침체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는 예산의 적기, 적소 투입에 국가의 명운이 걸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각종 경제 살리기 법안의 조속한 처리에도 여당과 더불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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