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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10대들의 자화상 |
2008년12월17일(Wed) |
| 나경택<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 |
도또뿔뿔이, 도둑들이 횡행하던 조선말 아이들의 입에서 떠들던 유행어라고 한다. 한양의 골목마다 쫙 퍼져있었다는 이 말은 훔친것을 훔치면 불의가 아니니 곧 ‘도적놈의 재물을 훔치는 것은 정의’ 라는 뜻이다. 장안에 떠도는 말을 아이들이 멋모르고 따라하다 보니 정체불명의 암호가 됐다. 그러나 아이들의 이 암호를 풀면 당시 세상이 그대로 엿보인다.
조선말의 밤거리는 도둑들의 천지였다. ‘고종실록’을 보면 ‘도하에 도둑들의 환이 근래 우심하다. 이를 엄금하지 않으면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조정에서도 문제시 할 정도로 도적이 설쳤으나 포도청은 있으나마나였다. 항간에는 “정승부터 포졸까지 몽땅 도둑놈인데, 누가 누구를 잡는단 말이냐”라는 비아냥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그래서 작가 이병주는 ‘도도불불의’라는 말 뒤에 ‘장삼성’이라는 의적의 이름을 붙여 대원군의 운현궁에까지 민심의 화살을 날린다. 소설 ‘바람과 구름과 비’ 속의 이야기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는 그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다. 최인호의 소설 ‘모범동화’에는 음흉한 어른을 뺨치는 음습한 아이가 등장한다. 어른보다 주름살이 더 많은 아이는 서커스의 눈속임을 뻔히 꿰뚫을 정도로 영악하다. 이 애늙은이는 학교 앞에서 뺑뺑이판을 벌이는 털보 강씨를 번번이 골탕먹여 죽음으로 내몬다. 어른들의 야바위를 꿰뚫어 보는 아이의 권태롭고 지친 눈은 60, 70년대 한국사회를 엿보는 또하나의 창이다.
국회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돈을 뜯으려던 10대 청소년들이 경찰에 잡혔다. 보도에 따르면 “나 이상득인데, 국감 중이라 통화는 어렵고 급전이 필요하니 보내달라”는 식으로 ‘문자피싱’을 했다고 한다. 이 의원뿐 아니라 정당별 유력인사 10여명의 이름으로 200여건의 문자를 보냈다. 가출 청소년인 이들은 또 동창회장을 사칭해 돈을 가로채기도 했단다.
최인호의 소설을 뺨치는 간 큰 10대들이다. 그대로 옮겨도 한편의 소설이 될 법하다. 보이스피싱이 횡행하고, 유력인을 사칭해 남을 등치는 어른들의 행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소년 10명 중 2명은 정직한 삶보다 부자로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투명성기구에 따르면 중·고생 17.7%는 “10억원을 번다면 10년 감옥살이를 해도 괜찮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법원에서 징역 10년 이상이 선고되는 경우도 드물다.
이는 인생을 거의 파멸로 이끄는 중형이다. 우리 형법상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인 범죄는 내란죄, 간첩죄, 폭발물사용죄, 방화죄, 살인죄 등 몇몇에 불과하다.
그 밖에 가중처벌이나 여러 범죄가 경합된 경우에도 10년 이상 선고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징역 10년이 선고된 보도 사례를 보면 숭례문 방화범, 부녀자납치 강도범, 폭력남편 살해범, 미성년자 성폭행 재범자 같은 강력범, 흉악범이 고작이다.
어느 웹사이트에서 어린 학생이 올린 듯한 이런 글이 있다. ‘10년 이상 감옥에서 사시는 분 있잖아요. 거기서 뭐 해요. 365일 멍하니 앉아 있나요. 영화 보니깐 축구도 하고 청소도 하고…(중략) 자격증 같은 것도 따게 해주나요. 잘 곳 대주고 밥 주고 기술도 가르쳐주고. 이게 무슨 감옥이에요. 천국이지. 잘 곳 없어서 지하철역에서 주무시다 얼어 죽고 돈 없어서 굶어 죽고…얼마나 많은데. 나쁜 사람들을 벌하는 곳이 왜 이리 좋나요.’일부지만 청소년들의 입에서 이렇게 뒤틀린 말이 튀어나오는 게 딱하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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