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밀이 관리가 안 된다. 국회에서 비밀 분류된 문건이 흘러나가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모씨는 간첩단인 ‘일심회’에 기밀 문건을 넘겨준 혐의로 체포됐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은 2009년에 발사될 아리랑 3호 위성 관련 기밀 문건을 러시아 측 로비스트에게 넘겨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뿐이 아니다. 신경전이 한창이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비공개 보고서가 유출돼 협상 전략이 차질을 빚었다. 외교 관계나 주한미군 등 국방과 관련한 비밀 문건까지 여러 차례 유출됐지만 흐지부지 덮어버리고 넘어왔다. 이번에도 베껴 쓰다 너무 양이 많아 문건을 통째로 넘겨준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흘러나간 국가 기밀이 얼마나 될지는 짐작할 수도 없다.
국가 기밀과 산업 기밀을 캐내고, 한편으론 보호하려는 국가 간 정보전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거기에 맞춰 변신해 왔다. 그런데 수백 명의 간첩을 침투시켜도 손에 넣기 힘든 이런 기밀 사항들이 권력 내부에서부터 줄줄 새고 있었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밀을 유출한 당사자들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태도를 보면 국가 보안을 헤집어 놓는 것이 무슨 민주화 투쟁이라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이들은 의원들의 권력도 대신 행사할 수 있다. 보좌관들이 의원을 대신해 민원인을 직접 만나는 경우가 더 많다. 의원 보좌관들이 접근하기 쉽고 써먹기 좋다 해서 로비 대상으로 첫 손가락에 꼽힌 지도 오래됐다. 최근 여당의원 전직 보좌관과 야당의원 보좌관이 ‘바다이야기’ 관련으로 각각 1억3000만원과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또 다른 여당 의원 보좌관은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주식편법 인수 청탁 대가로 6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을 고용한 의원들로부터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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