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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불꽃은 활활 타올랐다 |
2009년02월24일(Tue) |
| 나경택<수석논설위원, 칭찬합시다중앙회 회장> |
하필이면 이때, 우리 사회가 그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 김수환 추기경은 가셨다. 애도에 앞서 감히 원망부터 하고 싶은 심정이 드는 것은, 김 추기경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너무나도 넓고 깊기 때문이다. 누가 있어 앞으로 그분을 대신할 것인가! 추기경은 천주교 신부이면서도 종교와 사상을 초월한 나라 전체의 어른이었다. 상식과 균형감각이 몸에 밴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은 평생을 가난한 사람, 장애를 겪는 사람,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 곁에서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기쁨을 함께 기뻐했다. 김 추기경은 주위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자신의 안구를 앞 못 보는 사람들에게 남겼다.
87년 박종철군 사건이 터지자 강론을 통해 “이 정권의 뿌리에 양심과 도덕이라는 게 있습니까. 총칼의 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에게 물은 것처럼 ‘네 아들, 네 제자, 네 국민인 박종철군이 어디 있느냐’고 묻고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정국의 흐름을 바꾸는 일갈이었다.
87년 6월 항쟁 때에는 공안당국의 공권력 투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경찰이 들어오면 나를 먼저 쓰러뜨려야 신부님·수녀님을 볼 수 있고, 이들을 쓰러뜨려야 학생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추기경은 이렇게 명동성당을 지켜냈다.
명동성당은 어느새 시대의 마지막 피난처이자 민주화의 성지가 되었고, 그 속에는 언제나 김 추기경이 있었다.
젊은이들이 자연 이런 가톨릭을 선호했고, 결국은 추기경이 어둠의 세력과 맞서 싸웠던 결기와 용단은 또 다른 선교활동이었다. 김 추기경이 이끌었던 가톨릭은 이제 신도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 행렬이 영하의 찬바람 속에서 끝없이 이어졌다. 추모 인파 속에는 승복을 입은 승려와 개신교 목사의 모습도 보였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참배객이 왔다. 여야 정치인의 구분도 없었다. 그를 괴롭혔던 과거 권력자도 찾아와 머리를 숙였다.
살아서 국민의 존경을 받던 김 추기경은 죽어서도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힘을 발휘했다. 정파 이념 지역 종교 빈부로 나뉘어 분열과 대립, 갈등으로 점철돼 있던 우리 사회의 저변에는 통합과 사랑에 대한 갈구가 잠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2 월드컵 축구경기 이후로 온 국민이 이렇게 한마음을 보인 적이 없었다.
경북 군위에서 보통학교에 다니던 소년 김수환은 세 살 위 형과 함께 어머니로부터 “커서 신부가 돼라”는 말씀을 들었다. 할아버지가 순교한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자란 형은 선뜻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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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나 장가가 가고 싶었던 김수환은 그러지 못했다. 3년 뒤 열한 살에 형님의 뒤를 이어 대구의 신학교 예비과에 진학한 것은 자식에게 엄했던 어머니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동성학교, 일본 상지대, 가톨릭대를 차례로 다니면서도 신학생 김수환은 몇 차례나 그만두려 했다. “신부가 되기에 부족하다” “독립운동을 하고 싶다”고 선배 신부에게 털어놓았다. 다가오는 젊은 여인 때문에 깊이 고민도 했다. 신학교 문에 들어선 지 18년 만에 사제 서품을 받으면서 그는 “보통사람과 같은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주님께서 사제의 길만을 보여주시니 그 부르심에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길이었지만 김수환은 46세에 서울대교구장, 이듬해 세계 최연소 추기경이 돼 한국 천주교의 기둥으로 섰다.
‘혜화동 할아버지’로 불리며 가요 ‘애모’를 열창할 줄도 알았던 추기경은 자신의 생활이 신앙에 일치하는가 끊임없이 고뇌한 하느님 앞의 약한 인간이기도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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