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교복값으로 신학기를 앞둔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5년째 ‘교복물려주기’ 이색 졸업식을 하고 있는 학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제56회 졸업식이 열린 광주여고 실내체육관.
교가제창 후 졸업식 행사가 끝날 즈음 3학년 학생부장 선생님의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그동안 곱게 입었던 교복을 사랑하는 후배들을 위해 학교측에 기증해 달라”는 내용이다.
방송 이후 교복을 입고 있던 학생들은 교실로 이동해 사복으로 갈아입었고 미리 가방에 담아온 학생들도 학교측에 차례로 교복을 기증했다.
광주여고의 교복물려주기 전통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부터. 당시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졸업식 후 교복물려주기를 시작한 것이 신입생들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5년째 이어져 왔다.
이같은 대물림은 20만~30만원을 호가하는 새 교복을 구입해야 하는 신입생과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교복값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시점에서 이같은 전통은 어느덧 학교의 긍지로 자리잡았다.
졸업생 김소영양(19)은 “먼저 졸업한 선배 언니들이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것을 봐와 헌교복 입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해 왔다”며 “학교 전통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지양(19)도 “추억이 담긴 물건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필요없는 물건이다”며 “후배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교복을 물려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자녀의 교복을 학교에 전달한 학부모 백원선씨(43·여)는 “고교생 자녀 2명이 있어 평소 교복값이 상당한 부담이었다”며 “교복을 물려 받으면 새 교복과 함께 입을 수 있어 세탁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여고는 이번주까지 졸업생들의 교복을 기증받은 뒤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나눠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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