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 작년 3분기 동네 의원들이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 처방을 낸 비율이 57.3%였다. 감기 환자 항생제 처방률은 미국의 경우 43%, 네덜란드 16%, 말레이시아 26%다.
흔히 ‘마이신’이라고 부르는 항생제는 사람 몸에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죽이거나 약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감기는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것이다. 항생제를 몸에 투여해봐야 감기가 나을 까닭이 없다. 따라서 감기로 인해 중이염 등 세균 감염이 우려되는 경우에 한해 항생제를 처방해야 한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를 보면 감기 환자가 올 때마다 무조건 100% 항생제를 처방한 의원도 13곳 있었다. 환자 상태를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항생제부터 주는 병원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항생제 주사를 처방하면 주사료 수입을 더 벌 수 있고, 약을 처방하면 제약회사에서 리베이트를 받기 때문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상 최초의 의사 파업과 20조원의 비용을 들이며 2000년에 도입한 의약분업의 가장 큰 목적은 항생제 처방률 저하와 약제비 감소였다. 실제로 2002년 75.5%로 세계 최고였던 감기 환자에 대한 동네 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2004년 66.4%에서 2006년 54.9%까지 떨어져 의약분업의 효과가 나타나는 듯했다. 하지만 2008년 동네 의원의 항생제 57.3%로 2년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항생제 남용이 원상복귀하고 있는 것이다.
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인 만큼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쓰는 것은 감기가 박테리아 질환인 폐렴이나 기관지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 때 예방 차원에서 투여하는 경우다. 습관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사는 환자의 병을 고쳐주는 게 아니라 환자에게 병을 얹어주는 사람들이다. 의사 자격이 없는 것이다. 보건당국이 이런 의사는 적극적으로 제재해 경각심을 일으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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