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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야구 ‘위대한 승리’ |
2009년03월31일(Tue) |
| 나경택<수석논설위원,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 |
누가 그대들을 패자라고 하겠는가. 비록 라이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전 끝에 3-5로 아갑게 졌지만, 그대들은 패자가 아니다. 일본과는 앞으로도 맞붙을 기회가 많다. 승패 자체보다, 지난 18일간 온 국민에게 용기와 즐거움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한국 야구 대표팀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 높아만 가는 실업률, 곳곳에서 터지는 권력형 비리와 스캔들 속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팀의 활약은 한 줄기 신선한 청량제였다. 오죽하면 “요즘 야구 말고는 기쁜 뉴스가 없다”는 말까지 나돌았겠는가!
100년 전 안중근 의사가 일제의 한국 침략 원흉 이토히로부미를 응징한 장면을 떠올렸을 것이다. 반면 일본 네티즌들은 “자랑스러운 ‘아시아 2위’를 축하합니다”라고 자기네 대표팀에 야유를 보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원래 야구는 몸싸움이 없고 고도의 두뇌싸움을 곁들이기 때문에 신사적인 운동이라고 불리지만 게임 용어만 갖고 본다면 그렇게 전투적인 경기도 없다.
우선 어떻게 해서든 상대팀 선수 27명을 '죽여야' 하는 게 야구다. 나갔다가 죽지 않고 돌아오면 ‘생환’을 기뻐한다. “홈에서 아깝게 죽었다”고도 하고, 공을 잘못 때려 주자까지 잡히면 “둘이 한꺼번에 죽었다”(병살타)고도 한다.
한·중·일에서 야구문화가 이렇게 된 것은 야구 발상지 미국에선 ‘아웃(out)’이라고 하는 말을 일본이 메이지시대에 ‘죽음’이라고 번역한 데서 비롯됐다. 당초 ‘아웃’은 ‘실패’로 옮겼다가 청일전쟁을 겪으면서 선수나 관중의 전투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죽음’으로 바뀌었다. 야구가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생사를 건 전쟁 이미지를 가미해 다시 태어난 것이다.
한국은 야구의 역사나 관중 수, 선수층, 선수 연봉, 사회적 관심으로 볼 때 도저히 일본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한국 야구를 ‘마늘 파워’라고 부르며 “멧돼지가 야구하는 것 같다”고 한 일본 야구인도 있었다. 그러나 2006년 1회 WBC,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에 각각 두 차례씩 무릎 꿇은 데 이어 또다시 제압당하자 공한증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연날리기 대회만 해도 피가 끓는 무엇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제 ‘야구전쟁’까지 가세하게 됐으니 두 나라 스포츠 대결이 더욱 볼 만해졌다.
돔 구장 하나 없는 척박한 야구 환경, 고교팀이 55개밖에 없는 얇은 선수층에서 그러모은 우리 대표팀이 고교팀만 4100여개, 돔 구장을 6개나 보유한 일본과 치고받기를 거듭한 끝에 우승· 준우승을 나눠 가진 자체가 기적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격파한 베네수엘라의 주전 선수 한 명의 연봉이 우리 대표팀 연봉 전체를 합한 것보다도 많았다. 일본만 해도 대표팀 연봉 합계가 우리 팀의 17배다. 역시 돈만으로는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스포츠의 매력이다.
특히 선수단 구성 때의 잡음들을 깨끗이 잠재우고 대회 기간 중 탁월한 용병술과 ‘믿음의 야구’ ‘기다림의 야구’의 정수를 보여 준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은 우리 사회 다른 분야의 지도자들도 본받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어느 종목이건 일본과의 대결에서 지고도 이처럼 갈채를 받은 것은 아마도 이번 야구 대표팀이 유일할 것이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다. 마찬가지로 끝없는 경제위기도 있을 수 없다. 멀리 보고 당당하게, 위기 극복의 자신감을 갖고 합심한다면 경제적 정치적 위기상황도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다.
야구 대표팀의 저력과 투혼이 사회 각계로 번져 나가길 기대한다. 이미 우리 야구단은 국민에게 위기 극복의 희망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들에게 칭찬과 박수를 보낸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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