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일부 은행들이 최근 주총을 통해 경영진에게 거액의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을 부여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라응찬 회장 등 107명의 지주회사 및 자회사 경영진에게 총 61만여주의 스톡옵션을 주었다. 외환은행도 서충석 부행장 등 임원 14명에게 총 49만주를 부여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금융위기의 여파로 외화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스톡옵션을 일부 반환하면서 외화 차입에 대해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은 바 있다. 그런 만큼 여론의 눈총이 따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톡옵션은 숱한 사회적 논란으로 지금은 주로 사시(눈을 모로 뜨거나 곁눈질로 봄)의 대상으로 바뀌었지만 한때는 대박 신화의 상징으로 통했다. 최근까지도 매년 미국 10대 부자 중 서너명은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출신들이 차지했다. 이들은 회사가 부여한 스톡옵션으로 떼돈을 벌어 세계적인 부호 대열에 든 것이다. 애초 스톡옵션은 경영을 잘해 기업가치를 올려달라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기업 종업원이나 소비자보다는 주주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의 산물이다. 그러나 스톡옵션은 경영자들이 단기 성과에 매달리게 만드는 폐단을 낳았다. 경영자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몫을 크게 하기 위해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보다는 주가 부양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로는 인위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주가 관리나 회계 조작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스톡옵션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관심을 끈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취임하면서였다. 그는 은행을 잘 키우겠다는 약속과 함께 연봉은 1원만 받는 대신 40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주가가 오르면서 몇년 후 110억원대의 차익을 실현했지만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이 그에게 되돌아왔다. 시달리다 못한 그는 결국 차익의 절반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 종말론이 무성한 가운데 스톡옵션 제도도 서서히 빛이 바래는 분위기이다. 미국 하원은 최대 보험사 AIG 등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가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보너스를 환수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90%의 높은 세금을 물려 보너스의 대부분을 토해내도록 하는 법이다. AIG가 총 2억1800만 달러(약 3070억 원)의 보너스를 뿌린 사실이 공개됐다.
요컨대 미 하원은 불과 나흘 만에 입법절차를 완결했다. 이런 것이야말로 속도전이다. 놀고먹다시피 하는 한국 국회나 말로만 속도전을 되뇌는 이명박 정권은 미 의회의 ‘국민을 위한 정치와 그 행동력’을 배워야 한다.
심 각한 경영 부실로 미 정부로부터 1700억 달러(약 240조 원)를 지원받은 AIG의 ‘보너스 잔치’는 가히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돈 몇 푼이 아니라 나라의 근본적 가치에 관한 문제”라며 분노했다.
우리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올 1월까지 168조5000억 원의 공적 자금, 즉 국민 세금을 부실 금융기관 및 기업 등에 투입했다. 이 돈은 외환위기 극복, 금융 및 기업경쟁력 강화, 경기 부양 등의 ‘종잣돈’이 됐지만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돌 만큼 투입과 운용의 적합성, 적정성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공적자금 비리에 대한 총체적 진실 규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쓰러지는 개인과 무너지는 가정의 고통을 어떻게 하면 덜어줄 수 있는가 하는 구체적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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