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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淸白吏 |
2009년04월02일(Thu) |
| 박상주<편집국/국장, 시인> |
후한(後漢) 말기에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직무에 충실한 양속(羊續)이란 남양군 태수가 있었다. 그 당시 남양에 살던 귀족들은 극도로 사치스런 생활을 하였고, 남양군 소속의 관리들도 극도로 부패하여 뇌물이 횡행, 이런 상황이니 백성들은 가혹한 착취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
하루는 부승(태수보좌관)이 산 잉어를 한 마리를 얻었다. 평소에 태수의 식사가 너무 형편없는 것을 생각하여 태수에게 바치기로 했다. 태수는 부승의 호의를 생각해서 박절하게 거절은 하지 않고 그냥 두고 가라고 했다. 부승은. 자기가 바친 고기를 태수가 순순히 받더라 싶어,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한 마리를 마련하여 바쳤다.
그러자 태수는 “이보게! 자네가 지난번에 선물한 고기도 아직 먹지 않고 여기 있다네”라고 하면서 빨랫줄에 매달려 바짝 마른 고기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 부승은 미안하여 얼굴이 발갛게 되어 재빨리 가버렸다. 태수는 그다지 유난스럽지 않게 뇌물을 거절하였다. 이 소문이 사방에 알려지자. 감히 이후 다시는 뇌물을 가져가는 일이 아예 없었다.
한 재상이 청음 김상헌에게 “우리집 여자는 번번이 뇌물을 받는다는 비방을 듣는데, 장치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김공은 “부인이 청탁하는 것을 하나도 들어주지 않으면 비방은 없어질 것이다.”고 했다. 크게 깨달은 재상은 한결 같이 그의 말대로 했다. 그러나 그 부인은 “저 늙은 것이 자기나 청백리(淸白吏)가 됐으면 그만이지 어째서 남으로 하여금 본받게 만들어서 나를 이렇게 고생을 시킨단 말인가?”하고 욕을 입에 달고 다녔다.
청백리는 조선시대에 이품 이상의 당상관과 사헌부, 사간원의 수직들이 추천해 뽑던 청렴한 벼슬아치를 말한다. 즉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이 곧고 깨끗한 관리다. 그런데 요즈음 청백리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정경유착의 파문으로 온 나라가 말이 아니다.
복지급여 횡령관련, 입법·사법·행정 3부를 흔든 박연차 로비 관련, 장자연 술 접대, 전청 행정관 관련 성매매, 경찰관 유사휘발유 판매와 안마시술소 업주로부터 돈을 받는 등 정말 더러움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이런 작태를 보고 있어야 할지.
다산 정약용은 일찍이 상류층이 바로 서지 않고는 나라의 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고 외쳤다. 다산의 청심(淸心) 강조는 뇌물수수, 착복, 매관매직 등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았다. 또한 저 혼자만 아무리 깨끗하고 윤리적으로 흠이 없더라도 하급관리의 비행을 다스릴 수 없다면 목민관이 될 능력과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를 통해 “뇌물을 주고받는 일을 누군들 비밀히 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마는 밤중에 한 일이 아침이면 이미 널리 퍼지기 마련이다”고 경고했다. 입을 꿰맨들 소리나지 않을까. 언제쯤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돈유착’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다면 청백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뒤돌아 보일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 청백리(淸白吏)가 그리워진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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