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순환과 함께 예고되는 재해는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그에 대처하는 우리들은 항상 무감각하고 행정은 뒷북을 치고 있다.
요즘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고 있는 산불이 왠지 예사롭지가 않다. 매년 2월에서 4월까지 발생하는 산불이 전체의 76%를 차지하고 있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더한 것 같아 걱정이다.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날은 한식과 청명이 끼어있는 식목일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우리는 심은 이상의 나무를 태워버린다. 수십년 동안 성장해 온 아름드리 나무들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는 안타까움을 매년 지켜보게 된다. 이렇게 봄철에 산불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건조한 날씨와 부주의 때문이다. 그 예로 입산자 실화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논·밭두렁 태우기, 담뱃불 실화, 성묘객 실화, 방화 순이다.
지금처럼 건조주의보까지 발령된 상태에서는 더욱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역시 사소한 부주의가 결국 크고 작은 산불을 불렀다. 우리가 얼마나 안전에 소홀한지를 알 수 있는 단면이다.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농산폐기물과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산불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는 점도 안전의식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처벌을 강화하고 입산자의 사소한 부주의가 산불을 일으킨다고 뉴스를 통해 알리고 조심을 당부하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다. 산불을 끄느라 수백에서 수천 명의 인력이 동원되면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헬기나 소방장비를 사용하느라 국민혈세가 산불을 끌 때 뿌려지는 물처럼 허무하게 쓰여지는 것을 보고도 여전히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것 같다.
그러기에 산 정상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소주도 마시는 등산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다보면 자연히 화기 취급이 소홀해지고 담배꽁초의 불씨를 제대로 끄지 않은 채 버리기 마련이다. 온도가 500도나 되는 담뱃불이 바싹 마른 낙엽더미로 던져지면 금세 큰 불길로 살아날 수 있다. 산불로 이어지지 않으면 천만다행이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산에서의 화기취급에 소홀하게 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게 된다. 삼가야 할 일이다.
산불은 산림 뿐만 아니라 자연생태계, 소중한 문화유산까지 훼손한다.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면 앞으로 지난날의 낙산사를 잃는 것보다 더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잿더미로 변할 우려도 크다.
전국에는 문화재와 사찰이 3천300여개소나 되고 전남지역에도 전통사찰 95개, 암자 185개, 목조 문화재 304개소 등 도내 584개소가 있다. 산불로부터 목조건축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건축물 주변에 충분한 폭으로 방화선을 구축하고, 방수총이나 수막설비를 갖추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호주에서는 올해 산불로 모두 173명이 숨지기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자연이 인간에게 인자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직은 불을 끄는데 드는 일손과 비용을 지불하는 정도로 대가를 요구하지만 계속해서 경솔한 행동으로 자연을 대할 때 머지않아 우리의 목숨을 거두어 가는 벌을 내릴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자연을 우리와 함께 하는 생명이며 공존해야 할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고 잘 보존해 나가야 한다. 끔찍한 자연의 경고가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 산불예방에 나서 보자.
코믹스-200727.jpg)
.gif)
돌아가기.JPG)
1.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