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다투어 경제성장률 7%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두고 다른 야당의 예비 후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공박하고, 또 다른 후보는 그보다 낮은 성장률을 제시했다. 성장률 공약이 대선 경쟁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는 형국이다.
우리는 각 당의 공식적인 대선 후보가 정해지지도 않은 마당에 예비 후보들이 무슨 공약을 내놓든 아직은 시비할 생각이 없다. 그것이 국민 사이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걸러져 최종 대선을 정책 대결로 이끌 수 있다면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는 성장률 논쟁은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위험하기까지 하다. 자칫 대선 경쟁의 양상이 국민을 호도하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나 무의미한 숫자놀음으로 치닫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 성장률 공약은 차기 정부의 정책 운용에 덫이 될 소지가 크다.
성장률이 당장 국민에게 쉽게 먹히는 구호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성장률은 어디까지나 여러 가지 변수와 정책 조합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물이지, 결코 목표가 될 수 없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와 전략이 빠진 채 지도자의 리더십으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현혹하는 무책임한 구호가 될 수 있다.
일자리 목표도 마찬가지다. ‘성장률 1%포인트 높이면 일자리 몇 만개 창출’ 같은 구태의연한 계산 방식도 실망스럽다. 우리 경제는 이미 성장과 고용의 상관성이 크게 약해져 이런 자동셈법의 효용성이 떨어졌다. 굳이 목표를 제시하려면 언제, 어떤 부문의 투자를 통해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지, 이런 것들을 모두 합할 경우 재임기간 중 몇 개의 일자리창출이 가능한지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매년 7% 성장률로 해마다 60만개 일자리, 따라서 5년간 300만개 일자리’ 등의 셈법은 곤란하다. 먹을 수 있는 떡인지 아닌지 따지지 않고, 보기 좋은 떡이면 된다는 식으로 공약을 제시하는 것은 국민을 희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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