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는 화려하지만 힘 없고 허술해서 폭력조직이 눈독 들이기 십상이다.
자유당 말기 ‘정치 주먹’ 임화수는 숱한 여배우를 권력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영화계 거물이 됐다. 그의 눈에 거슬리는 배우는 무사하지 못했다. 김승호, 주선태, 최남현, 김진규, 박암…. 전속 계약을 거부하거나 다른 회사 영화에 출연했다가 얻어맞은 배우가 한둘이 아니었다. 임화수는 김희갑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고도 벌금 3만환만 물었다.
거물 조폭 김태촌이 톱스타 권상우를 협박했다가 기소됐다. “집이 피바다가 돼도 상관없느냐” 는 협박 전화를 받으며 권상우 심정이 어땠을까. 조폭이 배후에 있다고 과시하며 권상우에게 독점 계약을 강요한 혐의로 매니저도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권상우가 연예계 생활을 접어야 할 만큼 갖은 시달림을 당했다”고 했다. 다른 피해자들도 있지만 보복이 두려운지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야쿠자들의 새로운 사업 영역 찾기 ‘신경제화’에서 두드러지는 분야가 연예 프로덕션과 영화 제작이다. 셈이 어둡고 경영과 거래가 불투명한 연예계가 합법을 가장한 사업에 맞춤해서다. 밤 무대와 지방 공연 이권쯤에 그치던 국내 폭력조직이 기획사를 앞세워 연예산업에 나선 것도 일본에서 수입한 아이디어라는 논문이 있었다.
얼마 전 형사정책연구원 면접 조사에선 조폭의 30%가 ‘연예사업’에 관여했다고 답했다. 꿈을 파는 대중예술과 꿈을 앗는 조폭, 이 기괴한 조합은 결국 꿈의 소비자인 대중의 불행이다.
당국은 다른 피해 사례도 철저히 수사해 조직폭력배가 연예계에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단속, 처벌해야 한다.
이제 막 해외로 뻗어나가기 시작한 우리 연예산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조폭은 반드시 추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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