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특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북한의 이른바 ‘4.21 통보’가 있은 지 1주일이 지나도록 당국간 협상에 이렇다할 진전이 없자 개성공단에 진출한 광주·전남 기업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입주 지연이나 포기까지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어 ‘남북 합작의 기적’으로까지 불리는 개성공단 개발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27일 개성공단기업협의회(회장 문창섭 삼덕통상 대표)에 따르면 현재 개성공단 1, 2단계 단지에 입주했거나 입주를 준비중인 광주·전남 업체는 담양 B공업을 비롯해 완도 H산업, 여수 O산업, H식품 등 모두 4곳에 분양면적은 1만3천918만㎡에 이른다.
냉장고와 세탁기, 이륜차의 핵심부품인 와이어 하네스를 생산하는 B공업은 지난 2005년 시범단지에 진출한 초기 기업으로 3명의 남측 파견 직원과 580명의 북측 인력을 활용,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초 진출한 H산업은 청정해역인 전남 완도에서 생산되는 김과 미역 등을 개성으로 가져가 현지 가공하는 방식으로 소위 ‘윈-윈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두 업체는 값싼 노동력과 공장 부지의 잇점을 안고 개성행을 앞서 택했으나 지난해말 상주 허용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통행시간대를 대폭 축소한 ‘12.1 조치’에 이어 이번 ‘4.21 통보’까지 내려지면서 공장운영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B산업 관계자는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하루 빨리 녹아 내리기를 기대할 따름”이라고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뒤 “워낙 민감한 문제”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입주를 앞둔 기업들도 마음고생은 마찬가지다.
연간 매출액이 각각 80억원, 40억원에 이르는 O산업과 H식품은 100여명의 북측인력을 고용해 쥐포와 고등어 등 남해안 건어물을 가공키로 하고 합자회사 형태로 개성 진출을 코 앞에 두고 있었으나, 북측의 통보가 예기찮은 걸림돌이 됐다.
O산업 관계자는 “계약서상 공장착공 만료시점이 6월말이어서 개성진출을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며 “북한 진출이 옳은 것인지 다각적으로 판단중이지만 불안감은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초 베트남 진출을 추진했으나 인건비 피리미엄이 워낙 높아 북측으로 루트를 변경했는데 상황이 급변해 진출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남북경색이 장기화되거나 저임금, 토지 사용료 10년 지불유예 등의 특혜가 사라질 경우 공장 철수나 입주 포기 등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자리잡아온 개성공단 사업이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외풍에 시달리는 건 남북 당국이나 기업 모두를 위해 결코 득이 될 게 없다”며 “조속한 관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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