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5월이다.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을 가록했다고 한다. 국가에서는 어린이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여러 가지 시책을 펴지만 가방을 끌고 가는 어린이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이고 얼굴에는 웃음이 없어 보인다. 우리 어린이들이 푸른 꿈을 안고 맑고 밝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때, 400만 명 이상의 초등학생에게 선생님이 선물을 준다면 무엇이 제일 좋을까? 여러가지의 선물이 있겠지만 ‘틀린 답 들어주기’를 선물로 주면 좋겠다.
필자는 교육개혁의 핵심을 교수학습방법의 개선으로 보았다. 교수보다는 본능인 학습에 호소하여 그들이 목표를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면서 지적성취를 맛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서당의 교육이 그랬고, 지금 핀란드를 비롯한 교육 선진국이 지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생님만이 교육개혁을 하실 수 있다고 주장해 온 것이다.
그런데 미시적 장학의 입장에서 교실을 들여다 보면 학습의 주체인 어린이의 활동이 수동적 입장임을 많이 본다. 질문이 거의 없고 서서 발표하는 어린이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학습의 주체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선생님이 정답만을 요구하는 ‘정답형 인간’을 기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틀린 답을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6학년을 20년동안 담임했는데 학기 초가 되면 발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척 고생을 했다. 발표를 하지 않으면 수업이 되지 않는 것이다. 왜 손을 안 들까?
1학년이 되면 거의 모든 어린이가 손을 든다. 그런데 선생님이 한 시간에 발표를 시켜줄 수 있는 어린이는 많아야 15명 정도다. 선생님이 물어보고 판서하는데 20분 정도가 소모되고 한 어린이가 일어서서 발표하는데 40초가 걸린다. 평균 1분으로 보더라도 10명 정도 시켜주면 수업이 끝난다.
아무리 손을 들어도 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손을 안 들고, 시켜주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못시켜 준다. 이렇게 되면 2학년 때는 손을 드는 어린이가 반으로 줄고 3학년 때쯤이면 15명 정도가 손을 든다. 그리고 6학년 때는 6명정도가 된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손을 안 든 어린이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처럼 어린이가 용기를 내서 손을 들어 발표를 했는데 ‘응? 틀렸어’라는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그 어린이는 발표를 포기한다. ‘6학년이 되어가지고 그것이 답이냐’ 라는 말을 들으면 졸업할 때까지 손을 안 든다.
그러나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어’라든가 ‘더 좋은 답은 없을까?’ ‘정말 훌륭한 답을 했어’ ‘거의 옳은 답을 했어’ 등의 격려와 칭찬을 한다면 손을 계속 들 것이고 의문이 생기면 질문을 할 것이다. 그러면 요모로 저모로 생각하는 ‘창조형 인간’이 길러질 것이다.
그래서 ‘틀린 답 들어주기’는 값진 선물이 될 것 같다. 선생님이 발표를 할 때 핀잔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선생님의 자로 어린이를 재기 때문이지 미워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선생님의 욕구를 낮추고 어린이는 틀리는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때문에 실패를 한다. 아니 모르는 것이 정상이고 실패를 딛고 성장한다. 선생님은 제자로부터 어떤 일을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실패를 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틀린 답을 말하는 어린이를 오후에 불러 누구나 다 틀릴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포옹해 주어야한다.
한 번의 발표 실패 때문에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거부당할까 봐 불안해 하는 어린이는 학습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그리고 실수나 실패가 주는 결과에 미리 겁낸다.
그리고 잡념을 많이 한다. 어려운 일에 직면하여 실패 너머에 있는 두려움에 대항하여 과감히 싸울 힘을 키워 준다면 그 어린이는 건강하고 행복할 것이다.
교육이 정치화 상업화 되어 가면서 행복을 느끼는 즐거운 경험을 많이 제공하지 못하는 이때, 선생님들이 어린이들에게 ‘틀린 답 들어주기’를 선물하자. 틀린 답을 말한 어린이를 칭찬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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