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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폭력단체인가? |
2009년05월17일(Sun) |
| 전만오<편집국 기획취재부 차장> |
조영택 민주당 의원(광주 서구 갑)이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문건에 의하면 광주·전남에 불법시위 폭력단체가 171개라고 밝혔다. 전국적으로는 1842개 단체가 낙인 찍혔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포함해 정당, 각종 영화제, 종교·학술단체 등을 폭력단체로 규정했다. 또 서민을 위해 사업을 벌이는 단체들도 부지기수로 찍혔다. 신공안정권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5월에 일어났던 광우병 쇠고기 관련 촛불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폭력단체가 됐다. 이로 인해 정부 지원금도 끊겼다. 잘못된 정부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국민과 이들 단체가 앞장선 것이 죄라면 죄다.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종교, 언론, 영화, 학술연구단체가 포함된 것을 보면 반민주적 행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광주·전남의 주요 해당단체들을 살펴보면 광주YWCA, 목포YMCA, 여수YWCA, 순천YMCA, 우리농촌살리기천주교광주대교구본부, 참여자치21, 광주경실련, 전교조, 농민회, 민중연대, 진보연대, 참교육학부모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광주전남지부, 지역방송협의회, ICOOP생협, 환경운동연합, 김태홍 전의원사무실 등으로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가 죄다 포함됐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시민운동의 특성상 정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데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시민ㆍ사회단체 활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천정배 국회의원도 폭력단체에 이름이 올라 화가 단단히 난 상태에서 지난 13일 울산대학교 특강 중 “눈만 뜨면 정치사찰에다가 집회의 자유는 아랑곳 않고 틈만 나면 폭력진압이니 조폭 정권이 따로 없다”면서 “조폭 정권의 만행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고 국민의 철퇴를 맞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경찰은 파문이 일자, “집회로 구속된 회원이 있는 단체들을 목록에 포함시켰을 뿐 단체들을 선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구속과 관련 없는 단체도 줄지어 있다. 해당 단체에서 구속자가 나왔으니 그 단체도 다 폭력단체라는 것도 억지 주장이고 엉터리 논리다. 이런 계산법이라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말처럼 “얼마 전 청와대 행정관 두 명이 성매매와 연관됐다고 청와대를 불법 성매매관련 단체로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말이 경찰의 해명방법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경찰도 시위 현장에서 잘못한 점도 많다. 시위에 참가하지도 않은 일본인 관광객을 폭행한 경찰이야말로 스스로 불법폭력 단체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 지난주에는 용산참사 사망자 가족들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피고인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변호사라는 신분을 밝혔는데도 목을 끌어안고 질질 끌며 강제로 차에 태워 연행하는 사건이 백주대낮에 벌어졌다.
경찰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잃어버린 공권력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잃어버린 공권력은 바로 사람 두들겨 패서 감옥에 넣는 힘의 남용이다. 그동안 녹쓸어버린 칼날을 보복이라도 하려는 듯 물을 만난 고기처럼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철저히 수행하고 있다. 지난 군사 독재정권시절 호황을 누렸던 민주주의 탄압이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경찰의 대다수는 민주주의를 사랑한다. 일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해버린 수뇌부들이 문제다. 아무리 이명박 정권이 법치 운운하더라도 그 법치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면 자중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 반한 시위 등을 했다고 해서 무작정 후진적인 경찰의 대응도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미 지난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극치를 통해서 시사하는 바를 경찰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때마침 오늘이 5ㆍ18광주민주화운동 29주년이다. 당시 전남도경 안병하(1988년 10월 작고) 국장은 자신의 비망록에 이렇게 썼다. ‘데모 저지에 임하는 경찰의 방침’에서 ‘절대 희생자가 발생 않도록(경찰의 희생자 있더라도) 일반 시민 피해 없도록’ ‘주동자 외는 연행치 말 것(교내서 연행금지)’ ‘경찰봉 사용 유의(반말, 욕설엄금)’ ‘주동자 연행시 지휘보고(식사 등 유의)’라고…. 또 계엄군이 진입하지 않고 경찰에 맡겼더라면 유혈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미 시위대 측과 협상이 이루어져 평화적 해결에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안 국장은 강원도 출신으로 육사 8기생이다. 광주·전남과는 아무 연고도 없었다. 주변 인사들로 보아 출세를 해볼 만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안 국장이 왜 동빙고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을까. 그 이유는 광주시민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작금의 경찰은 안 국장의 이러한 시민 사랑 정신을 본 받아 경찰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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