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기료를 제때 내지 못해 단전의 수모를 당하는 사업체가 늘고 있다.
17일 한국전력 전남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광주·전남에서 전기공급이 정지된 사례는 일반용 1천120건, 산업용 57건 등 모두 1천177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천70건에 비해 10%(107건) 증가한 수치다.
용도별로는 가게, 식당, 빌딩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용이 1천23건에서 1천120건으로 97건(9.5%) 증가했고, 주로 제조업체와 공장 등에 공급되는 산업용은 47건에서 57건으로 21.3%나 증가했다.
한전은 전기공급 약관 제15조에 따라 전기요금을 3개월 연속해 미납할 경우 단전을 실시하고 있다. 자체 규약에 따라 단전이 실시되는 아파트 단지나 일반 주택 단전사례까지 합하면 실제 단전건수는 1만건을 훨씬 웃돌 것으로 한전측은 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단전 사업체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안좋다는 의미”라며 “불황으로 휴·폐업은 물론 사실상 개점 휴업인 업체나 가게도 많아 단전조치에 많은 고민이 따른다”고 말했다.
실제 광주·전남에서는 광주 첨단산단 7곳을 비롯, 삼계 농공단지 4곳, 대불산단 2곳 등 총 16개 산단 입주업체가 휴·폐업 상태에 놓여 있으며 상당수 업체는 극심한 경영난으로 전기요금을 3개월 이상 미뤄 오다 단전 조치를 받는 등 체납도 심각한 상황이다.
산단 전기공급을 주로 하는 한전 광산지점에 따르면 하남산단과 평동산단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한달평균 전기료 체납액이 13억~14억원에 이르면서 ‘단전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일부 대기업이 내수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감산과 집단 휴업을 반복하는 바람에 이들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광산지역 협력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기료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공급이 끊기면 끝장이라며 한번만 봐 달라는 하소연에 마음이 아플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며 “그렇다고 체납 전기료를 제때 수납하지 못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어 이래저래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업체 간부는 “매달 3천만원 안팎의 전기료가 쌓이면서 벌써 체납액이 1억원을 넘어서 단전 위기에 놓여 있다”며 “전기료를 일시해결할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전 처분을 눈 뜨고 볼 수 만도 없는 처지여서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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