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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교육 개혁과 한국 교육 |
2009년05월20일(Wed) |
| 안용호<논설위원,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앞으로 5년간 성적이 부진한 학교 5천개를 폐쇄하고 교장과 교사를 바꿔 완전히 다른 학교로 개조하는 교육개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덩컨 교육장관은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말로 교육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전체 학교 중 학업성취도가 최하위 1%인 1천개 학교를 매년 퇴출시키고 새롭게 만들겠다고 했다.
양질의 교육을 위한 오바마 행정부 교육개혁의 핵심은 ‘경쟁’과 ‘책임’이다. 개혁 대상은 만성적으로 학업성취도가 나쁜 학교다. 학교와 교장 교사들을 경쟁시킴으로써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성과가 나쁘면 전원 해고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교육적으로 깊이 생각되는 부분이다.
우리도 교육개혁을 추진 중이다. 28일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는 사교육비 절감 입시 개선안 협의 내용은 특수목적고의 입시안을 고치기로 한 것과 ‘학원 심야교습 금지 법제화’는 없던 일로 한다는 것이라 한다. 신문에서 ‘한다 안한다 오락가락 따로 돈 당정청 국민만 혼란’이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특목고의 입시안을 보면 외고는 수학, 과학 가중치를 축소시키고 과학고는 사정관, 창의력 평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뒷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놀라운 협의다. 학력평가 결과 공개, 사교육 없는 학교 지원, 자사고 100개 설립, 학교 자율화, 대입문제 대교협으로 등 교육 본질보다는 곁가지를 치기 위하여 분골쇄신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교육개혁 발표를 보면서 매우 걱정되고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 광복 후 우리는 미국식 교육을 따랐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활동은 금과옥조처럼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잘 되었다는 5.31 교육개혁도 미국 것이 토대였다. 70년대의 미국발 교육의 위기도 그대로 믿었다.
부시정권의 ‘한 사람도 뒤지지 않게’라는 교육개혁도 받아들여지고 인용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받아들임에 있어서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고, 껍데기만 받아들인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특수성과 문화가 간과된 것이다. 이번에도 요란하게 하드웨어만 받아들일 것인지 우려된다.
미국은 노벨상 수상자가 세계 제일이지만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고 세계 곳곳에서 미국으로 이민 가는 사람이 많은 것도 한 원인이 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까지 고등학교의 졸업률을 90%로 올리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재 75%에 머무르고 있다. 2001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낙제학생방지법을 도입할 당시 수준이다.
2014년까지 학생들의 영어, 수학 성적을 올리려는 이 법 역시 수술대에 오를 운명이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4학년생의 영어 읽기 성취률이 33%에 불과하다. 옛날의 미국이 아니다. 오바마가 우리 교육을 칭찬한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우리는 2위, 미국은 18위이다.
미국 교육개혁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경기부양 예산에서 50억 달러의 예산을 개선 노력이 부족한 학교의 방향전환에 할당했다는 점이다. 학력개선 실적이 부진한 학교에 지원을 더해 주되 그래도 안 되면 대담한 행동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정부 교육예산 안정화 지원에 배당된 486억 달러의 대부분이 교사의 일자리 보호에 투입된다는 점이 다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교육부 장관인 덩컨이 15개 주를 돌며 여론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에는 자동차 산업의 붕괴로 4년 내 고교 졸업률이 38%에 불과한 디트로이트의 학생들과 45분간 대화를 나눴다. 우리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나는 교장, 교사 퇴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학교가 바뀐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19일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 방안’에는 교원 초빙권 확대, 교과별 수업시수 자율편성 확대 등은 있어도 인사권은 없다. 권리는 안 주고 의무만 다하라고 하니 학교현장은 갈등과 불신만 커간다. 핀란드는 학교장이나 교사가 존경의 대상이지 개혁의 대상은 아니다.
덧붙여 사교육비를 줄이려 600억을 투입 ‘학원 같은 학교’를 만드는 것도 찬성하지 않는다. 방과 후 학교는 없어야 한다. 어린이들은 놀기도 해야 한다. 노는 것도 공부다. 놀면서 배운다. 하루에 15시간을 공부만 하게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핀란드는 학원이 없다.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 신분상승의 첩경이고, 세계 제일의 한국 엄마 교육열이 있는 한 교육에서 나타나는 고질병은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말고 고단한 교직에 활력을 불어 넣는 일부터 시작하자.[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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