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요정’ 김연아(16·군포 수리고)가 그랑프리파이널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끌어냈다.
김연아는 16일 밤(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스부르크에서 열린 2006-07 국제빙상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파이널 대회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19.14점을 받아 총점 184.20점으로 일본의 아사다 마오(172.52점)와 스위스의 사라 마이어(170.28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김연아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한해 시니어 피겨스케이팅의 ‘왕중의 왕’을 가리는 최고권위 대회에서 정상에 오름으로써 명실상부 ‘세계 피겨의 1인자’로 우뚝 섰다. 2위 아사다와 무려 10점 이상 차이가 날 만큼 완벽한 우승이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65.06점)에서 일본의 아사다 마오(69.34점)와 안도 미키(67.52점)에게 뒤져 3위를 달렸던 김연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환상적인 연기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극적인 역전우승을 이룰 수 있었다. 기술적 요소(61.78점)와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57.36점) 모두 6명 선수 가운데 가장 월등한 점수를 받을 만큼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옅은 하늘색 경기복을 입고 나선 김연아는 전날 쇼트프로그램 성적의 역순에 따라 4번째로 경기에 임했다. 클래식곡 ‘Lark Ascending(종달새의 비상)’에 따라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초반 자신의 주특기인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후에도 김연아는 은은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선율에 맞춰 잇따라 고난도 점프를 무난하게 소화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연기 중반에 트리플 점프를 시도하다가 삐긋했는지 약간 중심을 잃는 모습을 잠시 보이기도 했지만 빙판에 넘어지지 않고 무난하게 다음 연기로 이어갔다.
김연아가 멋지게 연기를 마치자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은 앞선 세 선수보다도 더 큰 갈채를 보냈다.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끝낸 김연아도 자신의 연기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띈채 박분선 코치의 환영을 받았다. 심사위원의 점수가 공개되자 김연아는 박분선 코치의 환하게 웃으며 현지 중계카메라에 손을 흔드는 여유도 보였다.
주니어 시절부터 김연아의 라이벌로 자리해온 아사다는 특기인 트리플액셀 점프(3회전반 점프)을 시도하다 빙판에 넘어지는 큰 실수를 범해 김연아에게 우승을 내줘야 했다. 아사다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실수를 의식한 듯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03.18점으로 4위에 그친 아사다는 총점 172.52점으로 김연아에 이어 2위에 그쳐 대회 2연패에 실패했다. 또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를 차지한 안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여러차례 실수를 범하면서 6명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한편 김연아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여자싱글 세계랭킹에서 5위에 올랐다. ISU에 따르면 김연아는 3천379점을 기록해 5위에 랭크돼 자신의 시니어 역대 최고 순위(9위)를 뛰어넘었다.
1위는 올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 빠진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가 3천930점으로 1위를, 그랑프리 파이널 준우승자 아사다 마오(16·일본)가 3천555점으로 2위, 수구리 후미에(26·일본)가 3천477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엘리나 소콜로바(러시아)가 3천405점으로 4위에 랭크됐다. 안도 미키(18·일본)가 3천270점으로 6위에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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