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0일자 한겨레신문에는 이덕일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장의 ‘한사군의 미스터리’라는 글이 실렸다. ‘중국이 밑을 깔고 일제가 못 박은 평양의 한사군’이라는 말에 끌려 읽어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지금 믿고 있는 평양 일대를 한사군 낙랑 지역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단군 신화는 일제 강점기에 식민사관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믿고 있었던 것과는 달라서 충격적이었다. 또한 역사를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였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통째로 먹기 위해서 역사 왜곡을 획책한다. 조선통감부를 조선총독부로 바꾼 일본은 1916년 조선반도사 편성요지 및 순서에서 ‘조선반도사의 주안점은 일본인과 조선인이 동족인 사실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정지 작업에 들어간다.
한사군-임나일본부-조선총독부로 우리 역사를 왜곡하여 일제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 했던 일본은 훗날 조선사 편수회를 주도하는 이마니시 류의 평양 일대 발굴조사를 한나라 낙랑시대의 고적조사 사업으로 한정시킨다. 이마니시 류는 가는 곳마다 한나라 시대의 와당과 유물을 발견하고 점제현 신사비를 최초로 발견하면서 평양일대는 낙랑군 유적이 되어갔다.
그러자 문제가 발생한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기자가 조선까지 왔다고 믿고 이를 근거로 조선인과 중국인을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큰 문제였다. 이에 이마니시 류는 1922년 ‘기자조선 전설고’에서 기자는 낙랑의 한씨가 가문을 빛내기 위해 기자의 후예라고 가탁했을 뿐 조선인들의 조상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이어서 이마니시 류는 1935년 출간한 ‘조선사의 길잡이’에서 한국사의 시작을 한사군부터라고 서술했다. 한사군-임나일본부-조선총독부로 연결시켜 일제의 한국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평양지역은 낙랑군이 설치되었다는 서기전 108년보다 무려 2천100여년 후에 일제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한사군의 중심지인 낙랑군 지역으로 재탄생되었다. 한국사의 식민지성을 강조해 일제의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덕일은 말한다. 이를 정설로 받아들이기에는 의문점이 너무 많다고. 사마천이 쓴 사기의 기록이 의문이고, 한사군의 이름이 200년 후 반고가 지은 한서에 등장하는 것도 들쑥날쑥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서에서 조차 의문투성이로 기록되어 있는 한사군을 한반도내에 있었다고 확고하게 각인시킨 세력은 물론 일제 식민사학이었다고 말한다. 한국사의 시작을 식민지로 만들려는 의도였으나 우리가 그렇게 믿자 중국은 ‘이게 웬 떡이냐’하고 동북공정에 그대로 차용해 ‘한강 이북은 중국사의 영토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또 한서지리지에 ‘은나라의 도가 쇠하자 기자가 조선으로 갔다’고 그의 망명 전에 조선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전하는 데 이는 물론 단군조선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종서 박사는 단자는 종교지도자의 뜻이고, 군자는 정치지도자를 뜻한다고 말하면서 왕검은 1세 단군의 고유명사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왕검 할아버지’라고 해야 옳다고 주장한다. 1908년 동안 최소한 120명이 다스린 고조선은 고조선이 아니라 ‘조선’이라고 말하면서 단군신화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신시도 약 7천년 전에 건국하여 약 2600년 정도 존속했을 것으로 봤다.
중국은 상대공정을 마치고 신화의 역사를 역사로 편입시켰다. 일본도 19세기 나가미지요가 720년에 편찬된 일본서기 속 시조 ‘신무’의 즉위년이 조작되었다는 참위설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없는 것도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있는 것도 부정하면서 서로 주장만 하고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게 아니다. 위의 두 가지만 보더라도 우리 역사는 다시 찾을 것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역사를 가르치자. 모택동이 국민당을 패퇴시키고 베이징에 입성했을 때 그의 행낭에는 사마천의 ‘사기’와 사마광의 ‘자치통감’이 있었다고 한다. 역사를 알아야 속국이 안 된다. 그러기 전에 질곡의 역사 속에서 묻혀버리고 폄하되었던 우리의 자존심부터 먼저 찾자.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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