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 청장 비판 글 올려…공무원 품위유지 의무위반 적용
시민사회단체, 인권위 제소 검토 등 반발
광주지방국세청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한상률 전 청장의 책임을 거론하는 비판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린 전남 나주세무서 김모씨(47·6급)에 대해 파면결정을 내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김씨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광주지방국세청은 지난 12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내부게시판 ‘나의 의견’란에 한 전 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김씨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제63조), 국세청 공무원 행동강령 제23조 위반을 적용해 파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방국세청은 조만간 김씨에게 파면결정을 서면통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외부에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달 28일과 2일 국세청 내부게시판 ‘나의 의견’란에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 ‘근조 국세청 표현의 자유’ 등 2개의 비판 글을 올린 것과 관련,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위반이 적용됐다.
김씨는 당시 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벼랑 끝에 서게 한 원인 제공자가 우리의 수장(한상률 전 청장)이다”며 “국세청 수뇌부는 왜 태광실업을 조사하게 됐고, 왜 관할 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청 조사4국에서 조사했는지, 왜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고, 직보를 한 후에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지방국세청은 이날 징계에 앞서 지난 8일자로 김씨를 직위해제했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김씨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내부고발자 보호 차원의 인권위 제소를 검토하는 등 적극 반발하고 있다.
김씨는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국민적인 의혹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던 것이 (목숨 같은 직장에서) 파면으로 결정될수 있느냐”며 “한 전 청장의 잘못을 비판한 글을 올린 행위가 품위유지를 위반하였다는 억지 주장은 손톱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처사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국세청이 국민적인 의혹을 해소하고 잘못이 있다면 책임지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다”며 “소청심사위원회 제소와 행정소송 등 법적 투쟁에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도 김씨의 글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국세청 내부 통신망에 올려졌고 내부 비판을 이유로 최고 수준의 중징계를 내린 것은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를 막는 징계권 남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투명성기구 광주·전남본부는 이번 김씨 징계 문제를 국민권익위원회와 인권위원회 등에 제소키로 하고 15일께 광주지역 시민단체, 공무원노조 등과 논의해 공식적인 대응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이 단체는 “김씨에 대한 징계 추진이 광주지방청 단독으로 한 것인지, 국세청 수뇌부의 지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중징계를 철회할 때까지 국민권익위원회 제소 등 정당한 절차를 통해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도 최근 성명을 내고 “소신있게 글을 올린 직원을 중징계하려는 국세청의 조치는 군사독재 정권하에서나 있을 법한 후안무치한 행동으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한 전 청장의 직권남용 의혹을 해소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던 직원을 (국세청이)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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