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전통계승과 현대적 모색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 정광희씨의 광주 첫 개인전이 지난 18일부터 오는 24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아는 것 잊어버리기’라는 주제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100호이상 11점, 소품 5점 등 16점이 전시된다.
정광희씨는 원래 서예에서 출발한 정광희 작가의 작업형식은 좀 독특하다. 그림을 그냥 평평한 한지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두꺼운 장지를 일정한 두께로 접은 뒤 얇고 긴 합판 조각을 이 종이로 감싸고 네모지게 접고는 그 위로 고색이 창연한 고서에서 떼어낸 종이를 붙여서 두께 약 1cm 내외의 수많은 쪽들을 만든다. 그 수많은 쪽들을 하나하나 붙여서 하나의 큰 화면을 만들어 내고, 그 위로 커다란 붓질이 만들어 낸 추상적 이미지가 보여진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인 윤진섭 선생은 “그의 쪽 그림은 이를테면 자연석을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돌의 아귀를 맞춰 성을 쌓는 우리의 전통 축성방식을 연상시킨다. 그의 고색이 창연한 쪽 그림들은 세월에 마모되거나 이끼가 끼고 누렇게 퇴색한 우리의 성벽을 떠올리게 한다”며 “그의 그림은 ‘느림의 미학’이 어떤 것인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수년간의 먹과 종이에 대한 실험의 산물들로, 자화상을 비롯하여 한자 자획(字劃)의 부분적인 확대, 호피문양을 연상시키는 순수 추상의 형태, 사물의 형태를 단순화한 원소적 형태 등으로 표현된 작품들이 전시된다.
작품들은 주로 거대한 대작들로 작업실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찾아가기 위해 꾸준히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젊은 작가의 흔적들을 보게 될 것이다.
정광희씨는 호남대학교에서 서예를 전공하였으며, 중앙대 예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면서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차례의 개인전을 서울에서 진행했으며,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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