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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인의 예지 ‘五不可處’ |
2009년07월02일(Thu) |
| 박상주<편집국/국장, 시인> |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이익(李瀷) 선생은 선비가 뜻을 가지고 살기에 합당치 못한 생태적 조건 다섯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입고 먹을 의식이 모자란 곳, 선비의 기풍이 사그라진 곳, 폭력이 심한 곳, 사치하는 풍습이 심한 곳, 시기와 의심이 많은 곳을 살기에 합당치 못한 곳으로 꼽았다.
오늘의 시각에서 본다면 우선 환경이 파괴된 곳에서 살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수질 오염 및 대기오염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요건이 될 것이다. 다음 사회적 문화적 생활환경의 낙후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모두가 대도시로 모여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 교육환경의 낙후는 특히 중요 변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서 치안이 확보되지 않은 곳도 살 곳이 못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역사적 전통과 미풍양속의 기풍이 살아 있는 고장이어야 한다 할 것이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지역 건설은 우리 모두의 염원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슬기와 끈기를 다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꿈이요, 바람이다. 자칫 빠지기 쉬운 외면적 미화와 물량적 확충만의 폐단을 극복하고, 시·도민 각자의 보람 있고 알찬 사람다운 삶이 실현될 수 있는 참다운 인간의 도시,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고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우리 모두의 지혜와 경륜이 집결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어느 정도의 물질적 향상과 풍요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생활면의 퇴화와 빈곤화가 중대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제 통계상의 여러가지 지표의 희망적 해석에 기대를 걸면서도 삶은 더 허전해지고 세상은 더 각박해져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익선생의 오불가처(五不可處), 사람이 살지 못할 곳의 다섯 가지 조건의 교훈은 아름답고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한 우리 광주·전남인들에게는 다시 한번 음미해 볼만한 선인의 예지라 할 것이다.
시·도민의 먹고 입을 의식문제를 해결할 경제상황은 어떤가? 바르고 밝은 지역민의 의식과 이웃과 더불어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는 협동의 기풍은 어떤가? 선량한 지역민이 억울하게 손해를 입는 폭력의 횡포는 없는가?
지역민의 일체감을 저해하는 일부 부유, 특수 계층의 지나친 사치와 낭비의 폐습은 없는가? 서로 믿고 의지함이 없이 남이 잘 되는 것을 시기하고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을 미워하는 풍조는 없는가?
아름답고 살기 좋은 광주·전남은 꾸준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루어져 나가야 할 우리의 소망이기에 모두가 힘을 합쳐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살기 좋은 고장, 삶의 터전은 이미 만들어져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 의해 만들어져 후대로 이어져 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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