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군 고서면 유인수씨, 간경화로 부인 잃고 본인마저 암투병
기초수급비·날품팔이로 근근히 생활
담양의 어린 세 자매가 간경화로 엄마를 잃은 지 2년만에 아빠마저 암 선고를 받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큰 딸 다경이와 둘째 딸 희정이가 “힘내라”며 아빠 볼에 뽀뽀를 하는 사이 유치원생 막내딸 연희양이 아빠 품에 파고들며 미소를 짓고 있다.
농촌마을의 어린 세 자매가 간경화로 엄마를 잃은 지 2년 만에 아빠마저 암 선고를 받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담양군 고서면에 사는 유다경(11·고서초 4년)·희정(9·고서초 2년)·연희(6·유치원) 세 자매는 얼마 전부터 하교 후 곧장 집으로 달려오는 버릇이 생겼다.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창 뛰놀 나이지만 늘 병든 아빠가 눈에 밟혀 즐거워만 할 수 없어서다. ‘남들 다한다’는 사교육은 엄두조차 못낸다.
그라우팅 기술자이던 아빠 유인수씨(43)가 세 딸을 데리고 고향을 떠나 지금의 집으로 이사온 것은 3년전인 지난 2006년. 그러나 새 보금자리에서 딸들의 재롱을 지켜보며 단란한 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불행이 닥쳤다.
아내가 32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만 것. “‘가끔 피곤하다’며 얼굴빛이 좋지 않았는데 간경화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손쓸 겨를도 없이 생을 등진 아내만 생각하면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늘 가슴이 저민다”고 유씨는 말했다.
삶의 절반인 아내를, 삶의 전부와도 같은 엄마를 떠나보낸 뒤 슬픔을 추스리며 삶의 희망을 다시 부여잡은 지 1년여만에 세 자매는 또 다른 불행을 맞이했다.
남은 희망인 아빠마저 지난해 11월 위암 3기 판정을 받은 것. “철부지 세 딸을 두고 아내를 뒤따라갈 순 없다”며 얼마 안되는 사재를 털어가며 서둘러 항암치료를 끝내고 퇴원했지만 여전히 가족의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위를 4분의 3이나 절제해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진 데다 정기적인 검사와 치료가 필요해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다. 뒤늦게 행정기관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병원비 등의 부담을 덜긴 했지만 월 60여만원의 지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노총각인 동생(40)이 생업을 포기한 채 형 뒷바라지에 나서면서 가족은 다섯으로 늘었지만 이렇다 할 벌이가 없다보니 날품팔이 농사일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씨는 “유연성이 좋은 둘째 딸은 체조선수로 키우고 큰 딸과 막내딸도 남들에게 주눅들지 않게 키우는 게 남은 꿈”이라며 “어린 딸들을 생각해서라도 하루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싶다”며 재기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동생 장가도 보내야 하는데…”라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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