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일본에서 초등학교 교장선생이 여성 교감선생과 1주일에 한 차례씩 맥주 미팅을 가져오다 적발돼 관할 오사카시 교육위원회는 교장에게 1개월 감봉 처분을 내렸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한 적이 있다. 이 교장은 감봉 처분이 내려진 뒤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교장은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돌아간 뒤 밤이 되면 여성 교감과 교장실에서 만나 맥주 1, 2캔씩을 나눠 마신 것으로 밝혀졌다. 교장은 “맥주를 마시면서 교내의 여러 현안 등을 논의했다”고 교육위원회에 진술했다. 교장과 교감의 맥주 미팅은 매주 1차례씩 이루어졌으며 교장은 이을 위해 안주용 과자를 사다가 교장실 냉장고에 보관해 오기도 했다.
교장의 이 같은 특이한 음주행각은 지난해 8월 익명의 제보로 들통 났다. 교장은 이에 대해 “여 교감과 인간관계를 쌓고 싶었고 학교 밖에서 마시는 것보다 교감도 부담이 적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여 교감은 “부적절한 자리라고 생각했지만 딱 잘라 거절할 수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여 교감에게는 서면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여기서 새겨볼만한 대목은 ‘이 교장은 감봉 처분이 내려진 뒤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는 부분이다. 불과 1개월의 감봉처분인데도 사표를 낸 것이다. 사회적 교육적 책임감과 함께 이미 학생을 지도할 자격이 없어졌다고 생각해 그런 용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이런 살아 있는 책임 의식 때문에 일본이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별 문제 될 것 없다는 반응일 게다. 어찌 보면 우리의 시각으로선 경미한 사항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최근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교장과 젊은 여교사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은 문제가 발생하자 감사를 벌여 교장과 여교사가 모텔에 함께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고, 교장은 ‘모텔에서 성관계는 갖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교사는 약혼까지 한 남성이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교장은 이 약혼자의 부친과는 평소 친밀한 관계로 여교사를 며느리 감으로 소개 했다. 오는 10월 결혼식까지 올리게 돼 있었다. 그러나 교장과 여교사의 관계는 지난해 11월부터 잘못된 만남을 가져오고 있었다. 이는 약혼자 측에서 교장과의 문제를 알고 난 후 여교사의 자술서에 의해 밝혀졌다고 일부 언론이 전하고 있다.
불륜 사실관계의 확증은 없다지만 이미 교육자로서의 도덕적 양심은 실추된 상황이다. 더구나 여교사의 약혼자 부친과의 관계가 형님아우 하는 사이로 가까웠던 점을 미루어 본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인과관계의 실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교장이 이들 결혼식의 주례까지 맡기로 했다는 소문에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는 주위의 반응들이고 보면 뭔가 잘못됐다고 봐야 함이 옳다.
급기야 여교사는 자술서를 쓰는 과정에서 협박이 있었다며 약혼자 측을 고소했고(현재 수사중) 교장도 여교사와 동일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약혼자 측은 여교사를 상대로 약혼해제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또 교장이 약혼자 집에서 자해소동을 벌인 것과 관련 약혼자 가족들이 교장을 상대로 특수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얽히고설킨 법정공방으로 확산된 것이다.
이 사건은 교육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사회는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도덕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도덕성을 요구하는 교장과 교사의 행위는 도덕불감증에 걸린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앞서 말한 일본 교장의 사례처럼 경미한 사항으로 도덕적 양심을 저버리지 못해 사표를 낸 경우를 근본 삼아 우리나라 교육계도 도덕을 중시하는 의식이 팽배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교장 권한은 무소불위적이란 점도 문제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다’는 본래 목적보다는 일부 승진점수를 위한 것으로 전락한 ‘근무평정제도’를 교장이 실시하고 있어 교사들은 교장에게 순응하게 돼 있고, 교장 또한 장학사에게 잘 보이려는 체계다. 다는 아니지만 일부 교장은 이런 점을 악용해 교사들에게 정신적고통을 주는 경우가 간혹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특히 사립학교는 ‘심각할 지경이다’는 말도 돈다.
인화와 단결로 성과를 이루려는 교장도 있는가 하면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불안에 떨게 하는 교장도 있다. 이런 경우 교육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불신만 쌓이는 학교에서 무슨 일을 하겠는가?
이번 교장과 여교사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 사건을 계기로 교육계는 신뢰를 구축해야 할 것이며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 양심을 지키고 책임 있는 자세로서의 진정한 국민의 사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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