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河西 선생 부활하다 |
2009년08월03일(Mon) |
| 이준구<주필, 시인> |
하서(河西) 선생이 부활하고 있다. 그것은 장성군이 조선시대 호남의 대표적 유학자인 하서 김인후 선생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추진해왔던 필암서원 성역화 사업이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무적 현상이다.
장성군(군수 이청)에 따르면 필암서원 성역화 사업인 진덕원·숭의관 건립 사업이 8월 중 준공될 계획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만강의 사의를 표한다. 우리나라는 선비의 나라인 까닭이다. 선비의 가르침을 본받아 사람을 사랑하고 바른 길을 걸어 가야 한다.
진덕원·숭의관이 준공되면 필암서원 성역화 사업이 완료돼 장성군은 전통과 문화,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선비의 고장으로서 발돋움 하고 전국을 대표하는 유학의 메카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이른바 “문불여 장성(文不如長城)”이 그것이다.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인정이 메말라가는 오늘의 세상에서 우리는 선생의 인도주의(人道主義) 정신과 중화(中和) 사상을 배워야 한다.
하서 선생의 삶은 호남절의의 근간을 이뤘다. 선생은 제자로 가르쳤던 인종(仁宗)이 갑자기 승하하자 관직에서 물러난 후 15년 동안 다른 임금을 섬기지 않고 초야에서 학문을 닦았다. 이른바 “충신 불사 이군(忠臣不事二君)”이 그것이다.
하서 선생은 호남의 유학자들에게 학문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선생은 면앙정 송순의 문인이고, 송강 정철의 스승이기도 하다. 또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나 미암 유희춘 등 당대의 문장가들과는 사돈지간으로 학문과 교분을 나눴다.
특히 하서 선생은 퇴계 이황과 8년 동안 ‘사칠논변(四七論辯)’을 펼침으로써 조선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고봉 기대승의 학문에 자양을 공급한 큰 선비였다.
또한 학문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많은 논설(論說)과 1500여 수의 시(詩)를 남겼다.
먼저 시를 들어 사상을 알아보고, 다음에 논설을 들어 절의(節義)를 알아보기로 하자.
“학문이란 다름 아닌
마음에 달렸으니
방심을 거두면
어려울 게 무엇이오?
온갖 이치 마음속에 밝게 있으니
항상 마음 살려야지 방심해선 안
되네.”
이 시를 볼 때 첫째, 하서 선생은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온갖 이치를 밝게 살피지 못하는 방심은 자칫 자신을 편색한 상태에 빠뜨려서 도덕성을 질식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단한 성찰과 수행이 요청되는 것이다.
둘째, 하서 선생의 도학상(道學上) 인간본질의 실현은 궁극적으로 타자(他者)의 삶을 성취시켜 주는 데에 그 목표를 두었다.
선생의 학문 목표는 결코 자신의 개인적인 완성에 있지 않았다. 만물에 대해 개방적 생명정신을 타고난 우주적 존재로서 그의 완성은 곧 타자의 성취를 예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이 선생이 자임한, 이른바 ‘성기성물(成己成物)’의 이념이다.
하서 선생의 도학정신은 인류애와 생명애를 그 정점에 세웠다. 우주만물을 향해 열려 있는 마음은 심지어 일초일목(一草一木)에 대해서까지 물아일체적(物我一體的) 사랑의 눈빛과 손길을 보냈다고 여겨진다.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면 하서 선생의 도학은 하나의 인간학(人間學)이요, 그것도 실천적 인간학이다. 선생은 인간의 우주적 본질을 알아 그것을 당신의 삶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하서 선생은 ‘양광위노론(佯狂爲奴論)’이란 논설(論說)을 썼다. 양광위노란 미친 체 하고 노예가 된다는 뜻이다. 하서 선생은 비간(比干)과 미자(微子)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이었지만 기자(箕子)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양광위노론(佯狂爲奴論)을 썼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비간(比干)과 미자(微子)와 기자(箕子)가 직면했던 역사적 상황이 인종(仁宗)이 돌아가셨던 역사적 상황과 하서 선생의 처지가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인종을 잘 보필해 요순과 같은 지치정치(至治政治)를 펴보고자 했던 하서 선생은 인종이 갑자기 승하하자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과 지극한 슬픔을 겪었다. 인종이 문정왕후에 의해 죽음에 이르게 됨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하서 선생은 ‘조신생사(弔申生辭)’를 써 지극한 슬픔을 토로했다.
조신생사는 진(晉)나라 헌공의 후비 여희가 아들 해제를 낳자 자기 아들을 태자(太子)로 삼기 위해 태자인 신생(申生)을 모함해 죽이려 했을 때 이를 해명하면 부왕(父王) 헌공의 마음이 상할까 근심해 말없이 목을 메어 죽은 신생을 애도한 글이다.
문정왕후에 의해 죽음에 이른 인종의 처지와 너무도 비슷하기에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비유로 들어 인종의 억울한 죽음을 하서 선생은 애도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조신생사(弔申生辭)’가 아니라, 조인종사(弔仁宗辭)인 셈이다. 고도의 메타포가 있어 좋다.
인종이 승하하고 부패한 외척세력에 의해 국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렀을 때에 삶의 기로에 선 하서 선생은 깊은 고뇌에 싸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서 선생은 기자(箕子)처럼 양광위노(佯狂爲奴)의 길을 택했다.
하서(河西)와 같은 어진 인재를 불러 쓰라는 빗발치는 여론을 의식해 명종(明宗)이 여러 차례 벼슬을 내렸으나 병을 핑계 삼아 벼슬길에 나가지 않다가 끝내는 술에 취해 미친 사람 행세를 함으로써 죽는날까지 절의(節義)를 지켰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차제에 장성군수에게 다음 몇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노파심에서 군정(郡政)의 방향이 항상 장성군민의 여망에 부합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첫째, 장성군수는 하루 속히 철학 교수를 초빙해 전직원들에게 하서 선생의 도학사상을 교육시켜야 한다.
공무원이 먼저 덕을 쌓아야 하는 까닭이다. 공무원이 덕을 쌓으면 군민이 잘 따르고 군민이 잘 따르면 관민일체(官民一體)가 될 것이다.
둘째, 장성군수는 반드시 장성선비대학에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들어 ‘하서도학반’을 두어야 한다.우리나라 도학 속에는 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의 도(道)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장성군 당국은 도의(道義)의 중요성을 십분 인식하고 ‘하서 선생 도학’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
|
 돌아가기
리스트 보기 출력하기
|
|
|
|
 이 슈
|
|
연재특집
|
코믹스-200727.jpg)
.gif)
.jpg)
 (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