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경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가며 끌어왔다. 6월까지 광공업 생산은 6개월 연속, 소비와 설비투자는 3개월 연속 증가했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5개월 연속 상승했다. 재정 조기집행으로 경기를 부추긴 덕을 봤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정치가 얼마만큼 우리에게 도움을 줬느냐고 묻고 싶다”며 “우리 정치 상황을 보면 문제를 해결해주기보다는 문제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정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정치권이 최근 대기업들에 투자를 늘리라고 하는 것에 대해 “투자할 분위기가 조성돼야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며, 상황이 그렇지 못한데 기업들이 안심하고 10~20년 걸리는 투자를 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 투자를 하고 싶어도 투자하기 어려운 여건을 거론하면서 그중에서도 정치권과 ‘강성 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 어느 누구도 전경련 회장의 발언을 드러내놓고 반박하기 힘든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국회가 드러낸 추한 모습을 보아온 국민 대다수가 “이런 비판을 들어도 싸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국회는 문만 열면 농성과 난투극이 벌어졌고, 단 한 건의 쟁점법안도 협상이나 정상적인 표결을 통해 처리되지 못했다. 최근 여야는 지난달 22일 몸싸움 끝에 국회 본회의에서 미디어 관련법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의 대리투표가 있었느니, 야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투표를 방해했느니 하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경련 회장이 갑자기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누구도 “재계나 자신들 할 일 제대로 하라”고 면박주기 힘든 처지다. 정치의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한심한 정치가 이끌어가는 나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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