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항 여객터미널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 뉴스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시민들도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18일 오후 1시43분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급성호흡곤란과 폐색전증, 다발성 장기부전증 등 원인으로 서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폐렴 증상으로 입원 후 폐렴 확진을 받았고 이어 23일 폐색전증이 발병했다. 29일에는 기관절개술을 받은 뒤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치료를 받아왔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전모씨는 “한국 정치계가 낳은 세계적인 인물이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며 “노무현 대통령 자살에 따른 충격이 병세를 악화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인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라이벌 관계는 그의 전 생애를 통틀어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했다”고 평가했다.
이모씨는 “3김시대의 종식을 선언하는 단초가 돼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임모씨는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며 “‘남북통일’이라는 단어 자체를 보고 듣기 힘든 시대 속에서 김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 앞으로 과연 통일이 민족의 지상과제로서 논의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어떤 형식으로 조의를 표할지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장례가 반드시 국장으로 치러져야 한다고 주장한 김모씨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고자했던 큰 버팀목이자 큰 동력이 사라졌다”며 “공교롭게도 두 분이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모씨는 “민주당으로서는 거목을 2명이나 잃은 셈이라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됐다”며 민주당의 향후 대응에 관심을 보였다.
민주당 지지자인 이모씨는 “개인적으로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사셨으면 했다”며 “지방선거 직전에 돌아가셨다면 노무현 서거 정국과 맞물려 한국 정치 지형이 바뀌는 데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회학자들은 큰 지도자들의 잇따른 서거가 국민들을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찬웅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의 정치적 상징이자 그 시작을 연 사람”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 시기가 끝났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한국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대북정책 변화를 가져온 사람”이라며 “장기적으로 21세기의 정치적 변화를 이끈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박교수는 그러면서 “김 추기경, 노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전 대통령마저 서거한 것은 20세기 정치가 마감되고 한 세대가 마무리됐다는 것”이라며 “결정적인 정치사회 리더십이 부재한 중요한 시기에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혼란스런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도 “김 전 대통령은 IMF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했고 한국 민주화에 큰 획을 그었으며 지역감정 타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긍정적 역할을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 해에 연달아 큰 거물이었던 정치인과 종교 인사가 세상을 뜬 것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공허함이 클 것”이라며 “국가리더십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큰 인물이 가신 것에 쇼크가 있을 것이고 국가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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