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비명횡사하지 않고 천수(天壽)를 다 누리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천재지변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고는 미리 방지할 수 있다.
특히나 각종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여름철이지만 그 중에서 배놓을 수 없는 건 교통사고다. 자동차는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교통수단이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흉기로 돌변한다.
휴가철을 전후해 고속도로 이용차량이 많아지면서 2차사고로 아까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2차 사고는 교통사고 직후 사고차량 혹은 주변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도로에 서 있다가 또 다른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이다.
지난 달 28일 남해고속도로에서 갓길에 서 있던 고장 난 차를 견인하던 도중 다른 승용차가 이들을 들이받는 사고로 5명이 숨졌으며, 지난 9일에는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사고 후 1차로에 멈춰선 차량의 2차사고 방지를 돕던 20대 여성 2명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2차 사고는 1차사고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어찌보면 남을 도우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은 너무나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였던 것이다.
2차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곳은 고속도로 갓길이다. 차선 전체가 말끔하게 비어 있어 차량을 비상 정차시키기가 쉬운 반면, 나머지 차들이 고속으로 질주하기 때문에 그만큼 대형참사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갓길에 나와 있는 운전자는 대
부분 죽음을 피하기 어렵고 차안에 있더라도 중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열 명 중 한 명(9%)이 갓길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숨졌고, 그중 상당수가 2차사고 사망자인 것으로 추정되며 일단 사고가 나면 치사율(致死率)이 40%에 달하는 것이 갓길 사고의 특징이라고 한다.
2차사고 피해자들의 유형을 살펴보면 사소한 접촉사고에 흥분해 도로 위에서 상대방과 잘잘못을 다투거나 사고 발생 뒤에도 위험한 지점에 우두커니 서 있거나 또는 차량 견인 도중 마음을 놓고 안전 지점을 벗어나 있으며 남이 낸 사고를 구경하다가 차에 치이는 경우가 많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에 출동한 119 구급대를 긴장시키는 것 중의 하나도 2차 사고이다. 사고로 다친 환자를 응급처치 후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해 화재출동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고속도로 상에서 고장 난 소방차 정비를 위해 출동했던 경기도의 한 소방관도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리다가 당한 2차 사고였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고가 났을 시 공간이 허락한다면 무조건 가드레일 바깥으로 몸을 피해서 구조차량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만약 가드레일 바깥쪽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갓길 안에서라도 최대한 가장자리 쪽으로 피해 있어야 한다.
또한 몸을 피할 수 없다면 반대로 자기 몸이 다른 운전자들 눈에 확 띄게 해야 하며 야광 조끼나 발광 지시봉 등을 평소 차 안에 가지고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교통사고에서 살아남는 비법 6가지 중의 하나가 있다. “고속도로에서 갓길에 절대 주차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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