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당시 이른바 ‘DJ의 입’ 역할을 하며 2년여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19일 “우리가 사랑했던 대통령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며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박 지사와 김 전 대통령간의 인연은 지난 1991년부터. 목포북교초등학교 19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의 연배 차이가 너무 커 이전까지 별다른 인연은 없었지만 당시 중앙일보 뉴욕 특파원이었던 박 지사가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미국에 강연차 온 김 전 대통령을 처음 조우했다.
이후 1998년 2월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국내언론 비서관을 맡으며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다. 이듬해인 1999년 5월부터는 김 전 대통령의 공보수석비서관 겸 대변인으로서 2년여간 소위 ‘DJ의 입’ 역할을 하며 지근거리에서 김 전대통령을 보좌했고 2001년 9월부터는 국정홍보처장으로 일했다.
특히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해 남북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낸 6.15공동선언 현장을 함께 했다. 박 지사는 이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0년 6월 15일을 정점으로 2박3일 김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기간동안 긴박했던 당시상황을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책으로 엮었다.
2003년 11월에 출간한 ‘평화의 길’은 분단 55년만에 이뤄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열린 가슴으로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통찰력있는 안목으로 기술했다.
박 지사는 ‘평화의 길’에서 “김 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합의되었다는 소식에 혼자 눈물 흘렸고 ‘지난 100년동안 민족이 흘린 눈물을 거둘 때가 왔다.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통일이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고 당시를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박 지사와의 돈독한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박 지사가 지난 2004년 보궐선거에서 전남지사로 처음 당선됐을 때나 2007년 11월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했을 때도 김 전 대통령은 박 지사에게 축하전화로 격려했었다.
지난 4월 24일 김 전대통령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14년만에 찾은 신안 하의도 고향방문을 박 지사는 함께 했다.
결국 마지막이 돼버린 고향 방문에서 김 전 대통령은 “내 성공에는 내 몸에 흐르는 하의도 농민의 위대한 토지탈환운동 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 5번의 죽을 고비와 6년 반의 감옥살이를 겪었지만 여러분 도움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고 박 지사는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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