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박광태 광주시장은 한걸음에 빈소가 마련된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자신의 정치적 스승이자, 버팀목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박 시장은 “민족의 큰 별인 김 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비보를 듣고 참으로 허탈하고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며 “민주발전과 남북통일을 위해 인동초처럼 살다간 대통령님의 큰 뜻은 온 겨레의 가슴속에 영원이 살아 숨쉴 것이다”고 애도했다.
박 시장이 김 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1년 대통령선거 때였다. 박 시장은 대학재학중 한일굴욕외교반대 투쟁에 앞장서고 3선개헌 반대시위를 주동하다가 연행.구금됐다. 이 때 동교동계 인사들을 만나 한배를 타게 됐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박 시장은 DJ의 비서로 발탁돼 민주화운동의 첨병에 섰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20대 박 시장에게 “정치인은 어려울수록 사심을 버리고 국민을 먼저 생각하라”고 당부했던 것을 박 시장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1980년 5월 17일 밤 11시30분 동교동에 무장군인들이 들이닥쳐 김 전 대통을 연행했을 당시에도 곁을 지켰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이후 구명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1985년 미국 망명생활을 마치고 귀국, 김영삼 전 대통령과 민추협을 구성했을 때는 노동국장으로 힘을 보탰다. 박 시장이 국회의원으로 김 전 대통령을 모시는 동안에는 광주시민들의 염원을 모아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김 전 대통령의 광주사랑도 지극했다고 박 시장은 전한다.
대통령 퇴임 1년 8개월 만인 2004년 11월 1일 광주를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은 국립 5.18 묘지를 참배하고 방명록에 ‘영원무궁’이란 글을 남겨 5.18 정신이 역사 속에 영원히 기억되기를 소망했다.
김 전 대통령은 비엔날레 등 광주·전남 문화예술 발전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지난 2005년 9월 6일 자신의 이름을 딴 ‘김대중 컨벤션센터’ 개관식 때는 변함없는 지지기반인 광주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2006년 6월 김 전 대통령은 광주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6돌 기념 남북공동행사에 주빈으로 참석해 “5.18 광주정신은 민주, 평화, 통일의 정신이었고 6.15 남북정상회담의 정신도 이런 광주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다”며 다시 한번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또 이틀 뒤인 6월16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과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을 광주에 초청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광주정상회의’를 갖기도 했다.
박 시장은 김 전 대통령이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병세가 악화된 지난 9일 세브란스 병원을 방문해 이희호 여사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김 전 대통령의 회복을 기원한 것이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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