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위성발사체인 나로호 발사가 일곱 차례나 연기되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발사 장면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들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30만 가지의 부품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이상이 생긴다면 발사는 성공할 수 없다. 우리는 성공하는 장면을 보고 싶은 것이지 불발된 모습은 원치 않기 때문에 발사 당국의 세심한 검열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본다.
이번 나로호 발사가 돌연 중단된 것은 하드웨어의 결함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1단 로켓 고압탱크의 압력 측정과 관련된 소프트웨어가 압력을 잘못 인식하면서 자동시퀀스가 발사중지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미한 사안’이란 얘기다. 그러나 실망감은 잠재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당국은 오는 25일 오후 재발사 한다고 밝혀 다시 한 번 성공적 발사를 기대하게 됐다.
인식 오류를 일으킨 소프트웨어는 1단 로켓을 개발한 러시아가 만들었다. 나로호를 공동개발해온 러시아는 그동안 보안을 이유로 1단 로켓 개발 과정에 우리의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애초 한국-러시아 공동개발이라고 했던 1단 로켓이 실제로는 러시아가 단독으로 개발한 ‘안가라’ 로켓이었고, 우리는 1단 로켓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지 못했다. 게다가 안가라 로켓은 러시아가 한번도 발사를 해보지 않은 차세대 우주발사체였다. 나로호를 러시아 신형 우주발사체의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문제는 나로호가 발사대에 세워진 것과 같은 상황에서 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가 자국에서 로켓 연소시험을 할 때 사용한 소프트웨어와 우리 발사대에서 적용한 소프트웨어는 다르다고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정주 발사체계사업단장은 “러시아에서 이뤄진 지상연소시험의 소프트웨어와 실제 발사 과정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7년간 5천억원 이상을 들여 추진해온 국가사업을 이처럼 허술하게 진행한 것도 문제지만 우주기술 선진국인 러시아가 만든 소프트웨어인 만큼 으레 완벽할 것으로 믿고 발사를 결정한 것도 문제다. 소프트웨어를 철저히 점검하는 것은 러시아의 기술 보안 문제와도 관계가 없는 일이며, 이는 우리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당초 러시아는 1단 발사체 기술을 한국측에 기술이전 하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한국과 2007년 기술보호조약을 맺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우리는 당연 기술이전이 이루어질 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한 우리 기술을 갖는 것이 급선무다. 우주개발을 이미 시작한 우주 선진국들 보다는 50년 늦었지만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감안한다면 금새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이번 나로호 발사는 러시아의 기술력과 우리 한국의 기술이 결합돼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우리 기술도 뒤지지 않다는 러시아 측의 견해도 있다. 한국 기술진들이 매우 우수하고 빠른 속도로 익히고 있다는 러시아 측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의 조급함도 문제다. 독자적인 추진 로켓도 개발하지 못한 상태에서2025년 달 탐사 착륙선을 쏘아 올리겠다는 목표는 우리 기술과 인력에 대한 검열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는 불가하다. 구체적인 기술 지원과 인력 양성 방안 등을 제시하고 천천히 계단을 오르듯 진행돼야 마땅하다. 자만심은 금물이기 때문이다.
항공우주개발 관련 당국은 이번 기회에 발사체와 관련한 인재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주개발 성공의 첫 단계인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진 우주 개발국들과 동등한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기술인력 양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현재도 잘하고 있지만 우주개발과 관련해 큰 경험이 없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기술력을 배가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연후 우리 땅에서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를 쏘아 올린다면 완전한 우주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본다. 내일로 다가온 나로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길 간절히 바란다.
코믹스-200727.jpg)
.gif)
돌아가기
.jpg)
 (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