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밤 전남 신안군 하의도 김 전 대통령 생가에서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이 씻김굿을 하고 있다. 씻김굿은 망자의 영혼을 달래는 동시에 산 사람도 위로하는 제례의식이다.
“인생은 한 판의 굿판과 같은 것 아닙니까. 멋진 굿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 김 전 대통령 생가에서 흥겨운 굿판이 벌어졌다.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은 이날 밤 8시부터 3시간 가량에 걸쳐 춤과 노래, 전통가락이 어우러진 씻김굿으로 김 전 대통령의 영혼과 산사람들을 위로했다.
이날 씻김굿은 조상님에게 씻김굿을 알리는 ‘안당(소리)’을 시작으로 먼저간 신을 불러 들이는 ‘씻김(초가망상)’으로 이어졌다.
이어 ‘마마신’과 망자의 죽은 친구들을 불러 위로하는 ‘손님굿’과 이승에 남아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제석거리’가 벌어졌다.
제석거리는 망자가 떠나면서 이승의 사람들에게 복을 주고 간다는 의미도 담고 있으며 제석소리, 앉은조달, 지전춤, 흥타령, 신칼대신무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굿판은 이승에 맺은 한을 풀어주는 ‘고풀이’와 쑥물, 향물, 맑은물로 영혼을 씻어내는 ‘씻김굿’으로 이어졌으며 저승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길닦음’에서 절정에 달했다.
길닦음이 시작되자 씻김굿을 보기 위해 모여든 주민 300여명도 어깨를 들썩이며 김 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축원했다.
특히 씻김굿 중간에는 중요무형문화제 81호인 강준섭씨(76) 부부가 상가 집을 위로하고 흥을 돋우는 ‘다시래기’ 공연을 선보였다.
또 하의도에 거주하는 무속인 유점자씨(78·여)는 ‘씻김(초가망상)’에 참여해 구성진 목소리로 고인의 영혼을 달랬다.
망자의 영혼을 달래는 동시에 산 사람들을 위로하는 제례의식인 진도 씻김굿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72호로 지정돼 진도군에 전승·보전돼 오고 있다.
진도군립민속예술단 김오현 단장(54)은 “죽은 사람을 씻는 과정을 통해 산 사람들이 오히려 위로를 받는 것이 씻김굿”이라며 “우리식의 춤과 노래, 가락으로 김 전 대통령을 보내기 위해 이날 공연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씻김굿을 이끈 씻김굿 명인 고 박병천씨의 딸 박미옥씨(48·여)는 “지난 5월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때도 씻김굿을 했다”며 “노 전 대통령때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김 전 대통령은 호상이어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굿을 했다”고 말했다.
씻김굿을 관람한 하의도 주민 김용단씨(62·여)는 “김 전 대통령이 가시는 길에 외롭지 않게 흥겨운 씻김굿을 할 수 있어 위안이 된다”며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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