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고(故)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차 서울을 방문한 김기남 조선노동당 비서와의 만남이 23일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 조문단은 이날 오전 9시 이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남북협력 진전에 대한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북한 측의 조문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남과 북이 어떤 문제든 진정성을 갖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확고한 대북정책의 원칙을 설명한 뒤 이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30분간의 짧은 만남이었고 남북 현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합의가 오간 것은 아니지만 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 정상간 간접 대화가 이뤄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남북관계에는 청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이행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데도 북한이 이 대통령과의 만남에 매우 적극적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향후 북한의 대남 정책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북한은 6·15, 10·4 선언 이행에 미온적인 우리 정부를 비판하며 강경 대응해왔고,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기존의 ‘비핵·개방·3000구상’을 고수하면서 ‘기다리는게 전략’이라고 맞서왔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들은 북한의 대남 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은 지난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평양을 방문하자 개성에 억류한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를 석방했으며, 현 회장과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에 합의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다음날 곧바로 조전을 보내왔으며 최고위급으로 구성된 조문단도 파견했다. 조문단이 서울에 도착한 당일에는 육로통행 제한 등을 담은 12·1조치도 해제했다.
돌이켜 보면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빠르게 남북관계가 전개된 한 달이었다. 북한이 앞으로도 대남유화책을 구사하며 남북관계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북한에 예인된 ‘800연안호’ 선원 4명의 송환도 곧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고위층에서 연안호 문제는 석방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실무선에서 이미 얘기가 오고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귀환 절차가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어쨌든 북한이 강경 일변도에서 대화와 화해의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북 카드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전환점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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