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찰 ‘인권 침해’ vs ‘막힌 수사’ 여전 |
2009년09월01일(Tue) |
|
“수사 편의에 인권이 침해되고, 인권 챙기다보니 수사가 막히고…”
인권의 중요성이 날고 강조되면서 형사, 수사, 교통조사 부서의 인권보호 의지는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으나, ‘인권’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생각됐던 비(非) 수사부서의 침해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어 문제다.
반면 수사부서에서는 오히려 인권보호에 막혀 제대로 된 수사를 펼치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만만찮아 딜레마가 되고 있다.
▲경찰 편의에 침해된 ‘인권’
광주 도심 주택에 거주하는 A씨(25·여)는 지난달 흉기를 들고 침입한 강도에게 금품 수십만원을 빼앗기고, 성폭행까지 당했다. A씨는 강도가 달아난 뒤 곧바로 112에 신고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했다.
경광등을 번쩍이며 출동한 순찰차가 동네로 들어서자 이웃들도 관심을 보였고, 탐문 경찰관으로부터 일부 범행사실을 접한 주민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수군거리는 것 같아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달아나던 뺑소니범을 붙잡아 광주 모 경찰서에서 ‘용감한 시민’ 표창까지 받은 B씨(20대)는 다음날 어이없는 경우를 당했다. 뺑소니범의 보복을 우려해 신원노출을 피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도리어 경찰은 표창수여식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언론사에 홍보자료로 배포한 것이다.
B씨는 “경찰이 신고자의 신변을 이렇게 취급하는지 알았다면, 용감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 모 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신고사건 처리에 대한 감사글을 올린 C씨(30대·여)는 다시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분명, 게시글을 올릴 때는 ‘익명’란에 체크를 했지만, 경찰에서는 공개 답변을 통해 “C씨의 글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실명을 밝힌 것이다.
▲인권 보호에 막힌 ‘수사’
원룸촌 연쇄 강도·강간사건을 조사하던 광주 모 경찰서 강력팀 D형사는 심야시간 잠복근무 중에 유력한 용의자던 E씨(28)와 마주쳤다.
D형사는 E씨로부터 DNA 채취동의를 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대조.분석을 의뢰했고, 몇일 뒤 ‘사건현장의 DNA와 일치한다’라는 회신을 받았다. 결국 붙잡힌 E씨는 경찰에서 “형사를 만난 뒤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범행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DNA 채취 동의’ 절차가 연쇄 강도·강간범에게 도주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광주 모 경찰서 폭력팀에 근무하는 F형사는 근무 때마다 술에 취한 피의자들을 상대하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일부는 만취 상태로 경찰서를 찾아 술이 깰 때까지 난동을 부리지만, 인권에 대한 중요성 때문에 수갑을 채우거나 제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교통사고조사팀에서 일하는 G경사는 ‘악성 민원인’에게 몇달째 시달리고 있다. 한 민원인이 교통사고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도 모자라 상습적으로 감찰 부서에 투서를 넣고 있기 때문.
G경사는 “인권 침해를 당한 민원인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가 있지만, 악의적인 민원인에게 이용당하는 직원은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하느냐”고 억울해 했다.
광주 모 시민단체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도 ‘때리지만 않으면, 인권이 보호된다’고 생각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신고자와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철저하고 체계적이되, 범죄자가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확고한 보완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송시곤 기자]
|
|
 돌아가기
리스트 보기 출력하기
|
|
|
|
 이 슈
|
|
연재특집
|
코믹스-200727.jpg)
.gif)
.JPG)
1.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