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을 방불케 하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린 올 여름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상저온현상과 일조량 부족으로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졌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여름 상품 판매 부진으로 가을 상품 입고 시기가 당겨졌는가 하면 제철이 뒤바뀐 고등어와 갈치, 과일 등 제철 식품 공급도 예년과는 많이 달라져 유통업체 풍경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계절을 모르는 코스모스가 산책길을 장식하는가 하면 때 이른 자연산 산송이의 풍작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일부지역의 모습도 예전엔 볼 수 없었던 풍경인 듯하다.
최근 극장가에서 대규모 자연재해인 ‘쓰나미’를 소재로 한 영화 ‘해운대’가 개봉 한 달여만에 1천만 관객을 돌파해오는 동안 대만과 중국, 일본 등의 인근국가에서 실제로 지진과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피해와 이재민이 생겨났고, 추정 불가능 할 정도의 천문학적 재
산손실을 일으키며 아시아 전역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도 우리 주위엔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 만큼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 또한 너무나 많다. 그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는 일도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소중한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많이 가진 쪽에서 모자라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무엇인가를 베푼다는 것이 물질적으로 꼭 많이 가지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는 것도 커다란 나눔이고 내가 가진 지식이나 기술을 발휘해 주는 것도 물질 못지않은 큰 베풂이 된다.
따뜻한 말 한 마디, 진심어린 위로도 받는 이에겐 큰 힘이 될 수 있기에 우리는 베풀 것이 없어서 베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베풀려는 마음이 고갈되어 있지는 않는 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베풀고 나누는 일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두고 있으며 베풀고자 하는 의지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 쓰일 곳이 있고 남에게 무언가를 베풀어 줄 수 있다는 건 크나 큰 축복이요 행복이며, 남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거기엔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희열이 있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 있다.
플로렌스 포크는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에서 우리 모두는 인생의 어느 때에 이르면 멘토가 필요하다. 멘토란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을 먼저 겪고서 우리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욕망을 자극하며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되도록 기운을 주는 대부나 대모 같은 존재라고 하였다.
누군가를 자식처럼, 제자처럼, 친구처럼 돌봐주는 사람.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는 이에게 삶의 목적과 방향을 이끌어 주는 사람. 이런 멘토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이런 멘토가 되어 베풀고 나누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면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행복을 함께 나누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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