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유동성 위기 휘말려 수개월 째 ‘시달림’
“매각은 없다”면서도 일본 기업 중심 실사 이어져
대표적인 향토기업 가운데 한 곳인 전남 장성 고려시멘트가 모기업의 유동성 위기에 휘말리면서 수개월째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매각은 없다”는 그룹경영진의 발표에도 불구,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실사가 끊이질 않으면서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3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일본 D증권 등 일부 해외기업이 지난 6월부터 고려시멘트 인수여부를 타진하기 위해 장성공장을 방문, 자체 현지실사를 벌이는 등 물밑작업을 진행중이다.
매각협상을 염두에 둔 이같은 실사는 지난 5월 모기업인 유진그룹이 주채권은행인 농협과 ‘계열사 매각을 통한 차입금 상환’을 골자로 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뒤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일본자본 뿐만 아니라 중견 건설사인 H건설과 K상사 등에서도 인수가능성을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유진그룹 최고경영진이 한달여전 공개석상에서 ‘고려시멘트는 팔지 않는다’고 밝혔음에도 ‘800억~1천억원대 매각설’까지 나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변 정황도 매각설을 부추겼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위기에 직면하자 상무지구 부지를 매각 처분한 데 이어 최근 고려시멘트 광주사옥마저 130억~150억원에 매각키로 하고 막판 협상을 진행중이다. 알짜 자산을 하나 둘 처분하면서 결국 기업 매각설까지 나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 굴지의 한라시멘트와 쌍용시멘트(양회)가 각각 프랑스, 일본 업체 수중에 넘어가는 등 시멘트업계의 거센 외풍도 매각설에 거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실사 업체들은 장성공장이 매년 40억원 안팎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서는 인수작업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내부 분위기는 무겁기만 하다. 일본 자본의 인수설까지 나돌면서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입장이다.
한 직원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건 사실”이라며 “더욱이 출향인에 의해 인수된 향토기업이 불과 몇년 만에 일본 기업의 먹잇감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는 입장이다.
고려시멘트 고위관계자는 “일본기업을 포함해 여러 업체에서 중계 또는 직접인수에 뛰어들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 인수가능성은 낮다”며 “모기업의 재무개선약정에도 고려시멘트 매각은 전혀 언급된 바 없다”며 매각설을 일축했다.
한편 고려시멘트는 1962년 12월 서울시멘트(주)로 설립, 1970년 고려시멘트제조(주)로 상호를 변경한 뒤 흡수합병 등을 거쳐 1987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으나,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1995년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됐고, 이후 2004년 1월 유진그룹으로 대주주가 변경된 뒤 지난해 유진기업(주)에 흡수합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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